오늘(2일)부터 국민의힘 새 당대표와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 시작됩니다. 내일(3일)까지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한 달 여 간의 여정이 진행됩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선출한 지도부로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격인 22대 총선을 치르게 됩니다. 2024년 4월10일 국민의힘은 웃을 수 있을까요. 이번 토마토픽에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를 짚어드립니다.
국민의힘 경선룰
먼저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일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해 '당원투표 100%·역선택 방지조항·결선투표'를 확정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당원투표 100%'. 국민의힘은 2004년부터 18년간 당원 투표 70%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30%를 반영했습니다. 심지어 예비경선조차 당원여론조사 100%를 도입했습니다.☞관련기사 룰이 바뀌자 당장 ‘유승민 배제’ ‘김기현 띄우기’라는 논란이 일었죠. 유 전 의원은 당내 대표적 '반윤' 인사로, 당원 지지는 낮지만, 국민여론 조사에서는 늘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정반대입니다. 경선룰 개정 전 김 의원은 자신의 SNS에 "당 대표를 뽑는데 국민 여론조사를 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관련기사 비슷한 시점에 '윤핵관' 중 핵심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연대'도 노골화 됐고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원투표 100% : 당원 투표로만 당 대표 결정
-결선투표제 :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
-역선택 방지 조항 : 전국 단위 선거의 각종 당내 경선 시 여론조사를 할 경우 다른 당 지지층 배제
국민의힘 경선룰 역사
이번 경선룰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는 역대 경선룰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도 일반 국민여론조사가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2021년 11월 대통령 후보 경선 : 1차 경선(선거인단 20%+국민여론조사 80%), 2차 경선(선거인단 30%+국민여론조사 70%), 본경선(선거인당 50%+국민여론조사 50%)
-2021년 6월 전당대회 : 예비 경선(당원여론조사 50%+국민여론조사 50%), 본경선(당원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
전당대회 일정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수뇌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총 39일에 걸쳐 진행됩니다. 2월 2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선거운동도 진행됩니다. 3월 8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어느 한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면 곧바로 당대표로 선출됩니다. 50% 이상 득표 후보가 없다면 결선투표로 넘어갑니다. 이 경우 3월9일 1·2위 후보자의 양자 토론회, 3월10~11일 결선투표를 거쳐 3월12일 국민의힘 새 대표가 확정됩니다.
-2월 2일~3일 :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
-2월 5일 : 공직후보자 자격기준 심사 / 선거운동 시작(~3월 8일)
-2월 10일 : 예비경선(컷오프)
-2월 13일~3월 3일 : 합동연설회(전국 총 7회)·방송토론회(총 4회)
-3월 4일~7일 : 본경선 투표
-3월 8일 : 전당대회. 50% 이상 득표 후보 없을 경우 결선투표
-3월 9일 : 1·2위 후보 양자 토론회
-3월 10일~11일 : 결선투표. 온라인(K-보팅), 자동응답시스템(ARS)
-3월 12일 : 최종 결과 발표
출마자 현황(예상)
후보가 정말 많습니다. 유튜버들도 출마하는 상황인데 당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당대표 : 강신업(건사모 회장), 김기현(4선), 안철수(3선), 윤상현(4선), 조경태(5선), 황교안(전 미래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 김세의(가로세로연구소 유튜버), 김용태(전 청년최고위원), 김웅(초선), 김재원(3선), 류여해, 민영삼, 박성중(재선), 서정숙(초선), 신혜식(신의한수 유튜버), 이만희(재선), 이용(초선), 정미경(재선), 조수진(초선), 태영호(초선), 한무경(초선), 허은아(초선)
-청년최고위원 : 김가람(기업인), 김영호(변호사), 김태정(여의도연구원 기획위원), 양기열(은평구의원 재선), 이종배(서울시의원), 옥지원(국힘 중앙여성위 부위원장), 장예찬(청년재단 이사장), 지성호(초선), 최주호(부산광역시당 청년위원장)
변수 1 : 나경원 지지표는 어디로?
이번 경선의 최대 변수로 나경원 전 의원이 떠올랐습니다. '윤핵관'으로부터 반윤으로 몰리며 끝내 낙마했는데, 이 표가 어디로 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나 전 의원의 출마포기는 정치적 압박 때문'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관련기사 더구나 나 전 의원은 15~17%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했는데 이 지지표의 향방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모두 '나심'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안 의원이 조금 유리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서 김 의원이 40%로 앞섰지만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였고, 반면 안 의원은 비록 뒤지기는 했지만 지지율이 15%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후 조사에서 역전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겠습니다.
-김기현 44.0% vs 안철수 47.5% : 1월 28일~30일 뉴시스 의뢰,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 조사☞관련기사
-김기현 37.1% vs 안철수 60.5% : 1월 26일~27일 세계일보 의뢰, 한국갤럽 조사☞관련기사
-김기현 35.6% vs 안철수 36.4% : 1월 28일~30일 스트레이트뉴스 의뢰, 조원씨앤아이 조사☞관련기사
-김기현 36.5% vs 안철수 39.8% : 1월 27~28일 아시아투데이 의뢰, 알앤서치 조사☞관련기사
-김기현 40.0% vs 안철수 33.9% : 1월 25~26일 미디어트리뷴 의뢰, 리얼미터 조사☞관련기사
변수 2 : 나경원 본인의 선택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모두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구애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나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관련기사 그러면서 몸값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요. 나 전 의원도 선택의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이 ‘난세’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나 전 의원은 2019년 11월부터 전현직 동료의원 14명과 함께 일명 '패스트트랙 재판(국회선진화법 위반)'을 받고 있습니다. ‘나경원 사법리스크’입니다. 당시 원내대표였습니다. 3년간 끌어온 1심은 아직 진행 중인데 최근 재개됐습니다. 나 전 의원은 자력으로 공천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출마를 하더라도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막판에는 어느 한쪽을 명시적으로 지지선언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경원의 선택은 누구일까요? 끝까지 중립을 지킬까요?
변수 3 : 유승민 지지표는 어디로?
후보 등록을 2일 앞두고 출마 포기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번 판세의 주요 변곡점입니다. 선명한 '반윤' 리더였던 그는 나 전 의원 보다 당내 지지가 약합니다. 평균 지지율 8%.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수도권과 젊은층 지지는 상대적으로 두텁습니다. 선두그룹인 김 의원과 안 의원이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는 상황에서 두 후보 모두 수도권과 젊은층은 반드시 아울러야 하는 대상입니다. '중도 확장'이라는 대의명분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유 전 의원 출마 포기 선언과 함께 이 지지층은 '윤심 김기현' 보다 안 의원에게 흡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관련기사 그러나 나 전 의원 지지층에 이어 유 전 의원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 쏠리면 의외의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친윤 내지 범친윤층의 위기감이 '김기현 결집'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변수 4 : '윤심’ 김기현의 득표율
또 다른 주요 관전 포인트는 김기현 의원의 최종 득표율입니다. 대통령의 직간접적 신임을 얻은 역대 당대표 후보들 중 대부분은 결국 당권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소 결이 다를 수가 있겠는데요. 특히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적극적으로 주저앉힌 사례 역시 일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초 김 의원 자신도 결선투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관련기사 누가 보더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윤심을 등에 업고 등판한 김 의원이 1차 투표에서 50%를 득표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1차 과반은 힘들어보입니다. 결선투표에 가더라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윤심'이 '민심'은 고사하고 '당심'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됩니다. 김 의원의 패배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최종 관전포인트 : 어게인 2014?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 풍경은 9년 전과 많이 닮았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악몽입니다. 2014년 7월1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서청원 의원이 김무성 의원에게 패배했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두 후보는 서로 '박심'이라며 대립했고 의원들도 각각 줄을 서느라 당이 갈렸습니다. 선거당시 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이 당내에서도 나왔습니다. 이후 공천을 놓고 새누리당은 계파 갈등으로 극심한 혼돈에 빠집니다. '진박감별', '옥쇄들고 나르샤' 등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2년 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122석)은 더불어민주당(123석)에게 1석차로 패배합니다. 그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박 대통령은 탄핵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