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일명 '천공스승'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관계가 다시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대통령실은 관저 결정에 천공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한 본지와 <한국일보>의 기자들, 그리고 부 전 대변인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동안 언론과 첨예한 각을 세워온 대통령실이 언론인을 직접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공교롭게도 천공과 관련된 의혹입니다. 천공은 대선 전부터 최근까지 윤 대통령 부부와 자신의 친분을 언론 인터뷰와 자신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암시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천공에게 어떠한 경고나 해명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몹시 궁금합니다. 천공은 누구인가. 오늘(8일) 토마토픽에서 정리했습니다.
천공의 출현
천공과 관련해 공개된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학교나 직장 등 경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본인이 언론에 스스로 밝힌 이력과 자서전, 운영업체인 '정법시대' 등에 적시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렇습니다.
-1956년 대구 계산동 약전골목 출생
-1960년 부산 한 고아원에 입소·성장(초등 2학년 중퇴)
-1988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신불산에서 수련 시작
-2004년 종교단체 '해동신선도' 설립
-2004년 '정법시대' 강의 CD, TAPE, DVD 판매
-2011년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 시작
-2017년 종교단체 '정법시대' 설립
-2019년 본명 이병철에서 이천공으로 개명
법원 “천공은 사이비 교주” 판결
천공은 원래 호(그 이전 임시 호는 '진정')였으나 2019년 아예 이름을 이병철에서 이천공으로 바꿨습니다. 본인이 주장하는 교리인 홍익인간 사상, 즉 '천지인' 중 天을 본인 이름에 붙인 겁니다. 천공을 가리켜 전과 17범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인이 안 된 내용입니다. 다만 2010년 여제자와 간통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재판한 부산지법은 천공을 '사이비종교 교주'라고 적시했습니다. 천공은 2017년부터 서울 용산의 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기거 중입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5분 거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튜브 '정법시대(jungbub2013)'
유튜브는 천공의 핵심 활동 영역입니다. 김건희 여사와 만나게 된 계기도 '유트브 강의'였습니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1만 개가 넘는 영상이 업로드됐습니다. 누적 조회수가 2억5700만회를 넘지만 구독자는 올 2월 기준으로 9.52만명입니다. 강의 주제는 백화점식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남들과 소통하라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동네 아저씨들도 할 수 있는 하나마나한 소리로 방송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은 차원계를 왕래하며 다른 차원의 존재와 소통 중이라고 주장합니다. 천공의 교리 전파 수단의 또 한 축은 '정법시대'라는 출판사입니다. 천공의 강의만을 전문적으로 출판·유통하는 업체입니다. 천지인 중 '인공' 제자가 대표입니다. 역시 서울 용산구에 사옥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만남
천공과 윤 대통령 부부의 만남은 김건희 여사부터 시작됐습니다. 조선일보 선임기자 출신 언론인 최보식 기자(<최보식의 언론> 대표)의 2021년 3월 4일자 인터뷰를 보면 이렇습니다. "사모님이 유튜브로 정법강의를 몇 년간 듣고 있었던가 봐요… 스승을 한번 뵐 수 있느냐 너무 부탁을 하니까…." 천공은 김 여사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다만, 직접 대면한 때가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습니다. 2021년 11월 23일자 <신동아>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천공이 윤 대통령 부부와 처음 대면한 때는 2016년 12월로 보입니다. 이 때는 바로 국정농단 특검팀이 출범한 때였습니다.
천공과 대통령 부부 만남 시기 아리송
여기서 좀 따져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천공은 <신동아> 인터뷰 등에서 “김 여사가 2016년 11월 5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업로드된 영상을 보고 특검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문제로 고민하던 윤 대통령에게 영상 시청을 권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그 영상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2016년 12월 1일 출범했고, 윤 대통령의 특검팀 합류는 11월 30일 오후에 결정됐습니다. 11월까지 윤 대통령은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돼 있었습니다. 천공 말대로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수사팀장으로 재직했던 2016년에 만났다면 정신없이 바빴을 특검 설립 초기에 만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탄핵이 가결된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수사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천공을 찾아가 만났다고요?
천공의 지도자 수업
천공은 윤 대통령의 '멘토(mentor)'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의 정면 인터뷰에서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돕고 있다"는 식입니다. '멘토'라는 말은 해석에 따라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공이 '지도자 교육'을 했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최보식의 언론> 인터뷰에 나온 천공의 말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윤 총장이)매번 목까지 차서 고비를 넘기니 위험하다. 항상 미리 내게 의논하라’고 했던 거다.", "윤 총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문) 지금부터 만들어야지. ‘칼잡이’로는 큰일을 못한다(답).", "전화를 하고 열흘에 한 번쯤 만난다. 정리를 잘 하고 있고 내가 다듬어주고 있다.",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나?(문) 나온다(답)."… <신동아>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도 다르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운동 중이던 2021년 10월11일 자신과 관련해 "(천공이)언론 나오자마자 딱 끊었다"고 한 것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서운할 게 없죠. (다만) 코치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본인 결단이니 열심히 잘하면 되죠.”
천공, 대통령 관저 사전답사 의혹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천공의 관저 사전답사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 의혹을 보도한 기자 <뉴스토마토>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관련기사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4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관련기사 <뉴스토마토>와 같은 날 비슷한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 기자도 고발당했습니다.☞관련기사 현재 천공 관련 의혹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사람은 방송인 김어준 씨까지 총 7명입니다.☞관련기사 고발당한 사람들 수만 보면 김 여사 관련 의혹 제기자들보다 더 많습니다.
대통령실, 왜 '천공 의혹'에 민감한가?
대통령실은 유독 '천공 의혹'에 민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국정농단 비선실세 사건' 트라우마 때문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검사입니다. 그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결과적으로는 대통령까지 됐습니다. 천공은 자신이 윤 대통령을 키웠다는 듯이 위세를 떨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자신의 방송에서는 “누구든지 앞으로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은 이 사람 찾아와"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지난해 11월2일에는 ‘이태원 참사’를 ”좋은 기회“, ”엄청난 기회“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누구 책임을 지우려고 들면 안 된다"고도 가르칩니다.☞관련기사 선이라는 게 아예 없습니다. 적어도 철학을 연구하고 대통령을 돕는다는 자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요. 이쯤 되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국민이 아니라 의혹을 제공한 사이비 교주 천공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부부와 사이비 교주 천공은 어떤 관계입니까? 국민들에게 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