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달·화성 탐사 우주선 스타십이 5차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미 중부시간 기준 지난 13일 오전 7시25분쯤 이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됐는데요. 하늘을 향해 발사됐던 로켓이 발사대(메카질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SNS에 한 사용자는 "공상 과학처럼 느껴진다"고 했고, 이를 본 일론 머스크는 답글로 "공상 없는 공상과학"이라고 적었습니다. '우주여행' 시대를 펼치겠다고 말했던 일론 머스크의 꿈이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게 아니냐며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토마토Pick에서는 전통적인 항공 기업을 제치고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부터 우주산업에 대한 가치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천재일까 몽상가일까
'집투'란 회사를 시작으로 '테슬라'와 SNS 'X', '스페이스X'의 CEO인 일론 머스크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세계 1위 부자, 미래 산업의 선두 주자, 괴짜, 사기꾼, 몽상가, 천재, 혁신가, 허풍쟁이, 관종 등 다양할 겁니다. 한 사람에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이처럼 극과 극인 것도 드문 일인데요. 머스크에 대해 일부 대중들은 트윗을 통해 보여준 말실수와 그로 인해 하룻밤에 수조원의 자산 가치를 날리는 문제적 기업가라고 평가합니다. 반면 전기차와 우주여행 등에 도전하는 놀라운 혁신가란 칭호를 받기도 합니다.
-냉담하고 무감각한 경영자 : 머스크의 공식 전기를 쓴 아이작슨은 이처럼 엇갈리는 평가와 관련해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늘 자신을 향해 바보 천치, 멍청이라고 부르며 변덕스럽게 대하는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머스크는 감정을 차단하는 것을 선택했을 거라고 보는 겁니다. 게다가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어 다른 사람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선천적인 공감 능력의 부족에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감정 차단이 머스크를 냉담하고 무감각한 경영자로 만들었다는 게 아이작슨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성격은 머스크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가가 되는 것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머스크도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아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어린 시절의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든 자양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주 향한 꿈이 현실로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괴짜 소년 머스크는 하루에 9~10시간씩 방에 틀어박혀 공상과학 소설과 과학책을 읽으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뜬금없는 줄 알았던 그의 '우주' 타령은 어쩌면 어린 시절 보았던 책에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2002년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이란 꿈을 가지고 스페이스X를 설립합니다. 그 후 2020년 민간 기업 중에 최초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며 10여 차례의 우주비행 임무를 성공했습니다.
유인 우주선은 국가가 우주 개발에 주체였던 올드 스페이스 시절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유인 우주선은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우주 경제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관광, 상업적 우주 거주지 개발 등의 분야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또 우주에서 연구·개발(R&D) 등을 진행할 때 지금처럼 자동화된 실험 장비만 보내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가면 복잡한 샘플 수집은 물론 다채로운 실험도 가능해집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우주 경제 규모가 2035년에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혁명적인 '로켓 재사용'
이번에 스페이스X에서 쏘아 올린 슈퍼헤비-스타십의 로켓을 보고 세계인이 주목한 것은 한 번 쏘아 올린 로켓이 다시 발사대로 돌아와 큰 팔처럼 보이는 거치대 품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달·화성 탐사, 관광 등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더불어 로켓을 재사용하면 기존에 로켓을 쏘아 올렸던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과 시간, 엄청난 절약 : 관련해 자주 인용되는 보고서가 2022년 시티은행이 발간한 '우주: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란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우주 개발을 주도했던 1960년대 중반에 필요했던 비용이 ㎏당 10만 달러였습니다. 아폴로 발사 때는 5400달러, 스페이스X가 등장하면서 2500달러에서 시작해 1500달러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당 10달러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는데요. 대륙을 오가는 국제선 화물 운송 요금이 3달러에서 7달러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목표입니다.
로켓 재사용은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데요. 나사의 아폴로 계획이 대형 로켓을 발사해 달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라면, 스페이스X는 최소의 연료로 가볍게 우주선을 보낸 뒤 추가 연료 공급 로켓을 보내는 방식을 활용해 우주로 오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주사업 경쟁 치열
스페이스X의 비용절감과 시간단축은 '상업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시티은행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 우주산업의 규모를 14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한화로 약 200조원에 이르는 금액인데요. 여기에는 우주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230억 달러, 우주 운송 사업 210억 달러, 미중력 실험개발 140억 달러 등이 포함되는데요. 이 산업을 장악하기 위한 필수 과정은 '비용 절감' 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회사들도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블루 오리진도 조만간 로켓 재사용 실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인 로켓랩도 내년에 비슷한 실험에 나서며, 중국 회사들은 물론 인도 재벌들도 우주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우주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