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전원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민주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의견의 공존입니다. 내가 말할 권리가 있으면 남이 말할 권리도 지켜줘야 하죠. 그 말이 누군가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 한 말입니다. 다수결 원칙이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달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공론장’이라는 민주주의의 면모가 잘 드러난 사례였습니다. 연단에 선 여야 의원 100명은 선거제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죠.
이번 전원위에서는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찬반, 의원 정수 확대·축소·유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와 지역균형 비례제 도입 등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습니다. 과정 면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정이 긍정적이었다고 해서 결과까지 알찬 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의견 중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으니까요. 이번 전원위는 릴레이 발언 형식으로 이뤄졌는데, 의원들이 각자 자기의 주장만 펼치고 연단을 벗어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전원위가 꼭 합의에 이르기 위해 열린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원위 결과, 선거제 개편 셈법은 더 복잡해졌죠. 토론이나 논쟁이 사실상 부재한 채 일방통행 소통만 진행된 탓으로 풀이됩니다. 발언대에 선 의원들이 전원위 회의론과 반성을 토로했을 정도니까요.
결국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한층 험난해진 양상입니다. 정개특위가 마련한 개선안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제 등입니다. 정개특위가 세 개로 안건을 압축했지만, 전원위를 통해 그 범위가 다시 넓어지면서 재차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그러나 여야는 전원위 이후의 논의 절차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야당은 소위원회를 구성해 전원위 결과를 정리하고 정개특위 결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여당은 소위원회 구성부터 심드렁한 입장을 비치는 중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문제를 일으켰던 준연동형 비례제를 손보는 수준에서 선거제 개편 시도가 마무리될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인데요. 많은 비판을 불러왔던 위성정당을 손질한다는 의미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20년 만에 전원위를 개최하며 선거제의 대대적 변화를 시사한 정치권이었기에, 이런 경우의 수가 현실화할 경우 다소 싱거운 결말이라는 평가를 받을 여지는 있습니다.
시민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뽑는 선거, 이런 선거의 룰을 만들기 위한 선거제 개편. 민주주의 국가에 큰 의의를 지닌 사안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원위 결과만 놓고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형국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시 주춤해진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다시 활력을 찾아 유의미한 성과를 낼지, 국회를 향한 시선에는 아직 의구심이 서려 있는 듯합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