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휴진 유독 많았다…'저수가·소송부담 극심한 과'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집단 휴진에 동네 병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유독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의원들의 휴진 참여율이 높아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저수가와 의료소송 부담 등으로 오랜 기간 시달려온 과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의협은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면서 이날 하루 정부의 의료개혁을 규탄하는 집단 휴진(총파업)에 나섰다.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 사이에서는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인근의 다른 병원을 찾아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다른 진료과에 비해 소아과의 휴진 참여율이 높다는 사실에 환자들의 관심이 모였다. 서울 강남구 등 16곳의 휴진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7곳이 소아과인 것으로 확인됐고, 마포구에선 한 동네에서만 4개의 소아과가 동시에 휴진을 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이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소아과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과 함께 필수의료로 분류된다. 진료가 지연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한 소아과에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온 이모(37)씨는 "다른 소아과에 갔다 왔는데 거기도 오늘 휴진이었다. 근처 의원을 찾아서 왔는데 또 휴진"이라며 "아기를 이렇게 데리고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아기가 아파서 막 울면 부모는 정말 답답하고 힘들다" 말했다.

서울 은평구 한 맘카페에는 "파업으로 휴진하는 병원을 공유해달라"면서 "나중에 정상화돼도 그 병원은 안 가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협 총파업에 소아과 의원들의 참여율이 유독 높은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저수가와 의료소송 부담으로 오래 시달려온 과 특성상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대학병원에서 근무한 한 소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워낙 저수가 구조인 데다가 이대목동병원 사건 등을 거치며 피해의식이 매우 커져 있는 상태"라며 "미래가 답답하고 암울하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7년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는 하루에 신생아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병원 내에서의 감염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고 주치의 등 의료진 5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 끝에 의료진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긴 했지만, 진료상 과실 혐의로 형사고발이 이뤄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해당 사건이 소아과 지원자 감소라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소아과 내부에서는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할 근본적 대안이 없다면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소아과를 선택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이번 소아과의 높은 휴진 참여율에 임현택 의협 회장의 경력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임 회장이 개원의 출신이자 과거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었던 만큼 임 회장을 지지하는 소아과 개원의들이 휴진에도 적극 참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18일 오후 의료농단 저지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폐회사를 통해 "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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