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금융업계는 콜옵션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흥국생명이 예정돼있던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파장이 번진 것인데요.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은 흥국생명과 이를 용인한 금융당국에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콜옵션은 흥국생명의 권리이고 이행이 강제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라고 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 가신다고요? 지금부터 천천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콜옵션이란 쉽게 말해 빌린 돈을 중간에 갚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콜옵션을 마치 은행 대출 이후 중도상환의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원래는 옵션거래에서 특정한 기초 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단어는 ‘풋옵션’입니다.)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9일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습니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특성이 있습니다. 금융사가 자본을 늘리기 위해 발행합니다. 채권을 판매해 보험사가 돈을 받고, 이 채권을 구매한 사람들은 때마다 이자를 배당받고 만기 때 돈을 돌려 받습니다. 만기가 길수록 채권을 구매한 사람은 이자 이익을 오래 얻는 것이고, 채권을 발행한 쪽에서는 지출이 늘어나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는 것도 일정 기간 이상 돈을 빌려줘야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있는데, 미리 상환을 해 버리면 예상한 이자 수익이 줄어드니 이를 보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채권 구매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도 장기간에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간혹 은행 대출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경우가 있죠. 완전히 이 논리가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최대한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다시 신종자본증권 이야기로 돌아와서. 만약 내가 금융회사의 신종자본증권을 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일정 기간 이자 수익도 얻고 싶고, 큰 돈을 잃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그런데 한 금융회사가 우리는 한 5년이 지난 뒤에 돈을 갚겠다(채권을 다시 사들이겠다)고 말합니다. 그럼 만기가 사실상 5년이라고 계산되죠. 금융사가 채권을 만기보다 빠른 일정 시점에 다시 사겠다고 말하는 것, 이게 바로 콜옵션입니다. 즉 만기가 길기 때문에 콜옵션을 거는 겁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돈을 오래 빌리면 이자로 내야 하는 돈이 많아지고, 특히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는 이자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조기 상환하는 것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콜옵션은 채권 발행자의 권리로 여겨지고 동시에 투자자와의 약속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콜옵션을 이행하는 것이 업계 관례입니다. 한번 투자자의 신뢰를 깨면 다음 채권 판매가 쉽지 않을테니까요.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파장이 일어난 배경도 다시 풀어보죠. 먼저 가장 놀란 건 누구보다도 채권을 산 사람들일 겁니다. 채권을 사면서 흥국생명이 약속한 5년뒤 콜옵션, 즉 올해 11월에 다시 흥국생명에 채권을 도로 팔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겁니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죠. 그런데 이 기대가 꺼진 겁니다. 갑자기 들어오기로 한 돈이 안 들어오게 된 상황입니다.
또 흥국생명이 금융업계의 암묵적 합의였던 콜옵션 이행이 깨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 됐습니다. 그러니 채권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고, 이는 곧 채권시장의 새로운 리스크가 됐죠. 5년 콜옵션 약속을 믿지 못하게 되니 채권 금리가 비싸지고 거래도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흥국생명의 채권은 외화 채권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의 외화 수급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시중은행의 도움을 받아 콜옵션을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충격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입니다. 부디 시장의 혼란이 여기서 마무리되고 국내 기업들이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