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 관심사로 부상했습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노후계획도시로 설정하고, 도시 노후화 이전에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명시한 것인데요.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용적률·용도지역 완화 △각종 인·허가 통합심의로 사업절차 단축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이주대책 지원 등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왜 이런 법안을 따로 만드는지 궁금할 텐데요. 재건축사업에 적용되는 기존 도시정비법 등은 1기 신도시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용적률이 200% 안팎인 1기 신도시 아파트들에 단독주택가나 키 낮은 아파트 단지에 맞춰진 법을 적용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 법안은 1기 신도시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도 해도 무방합니다. '노후계획도시'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형평성 문제를 피해갔습니다.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신경써야 할 사업인 동시에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염원이기도 하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지난해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청사진이 담긴 8.16대책에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는 단 두줄만 나오면서 주민들은 분노했습니다. 마침 2024년에 총선이 있어 "선거용 아니냐"는 거센 항의도 있었습니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TF팀을 꾸리고 특별법을 내놨지만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더욱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내용 자체는 유리한 측면이 많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됩니다.
일례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한다는 말은 있지만 완화된 기준은 시행령에 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안전진단 면제를 받으려면 사업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주민들이 의문을 품는 부분입니다.
사업 공공성 확보 방법은 자족기능 향상, 대규모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나와 있는데요. 주민들은 기부채납 범위, 사유지 문제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차례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던 만큼 의심의 눈초리는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한 분당신도시 주민은 "결국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지원하는 모양새만 보이는 것 아니냐"며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수십층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은 해외에서도 많지 않고, 국내에서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조만간 전체 회의를 거쳐 정부에 목소리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재건축사업까지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