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비대위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공식일정에 돌입했습니다. 오전 8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오전 9시에는 첫 비대위 회의를 개최합니다. 위원장은 5선의 정진석 의원으로,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조롱했던 인사입니다. 윤핵관이 되고 싶다고 호소하는 인물로 규정된 그로서는 매우 모욕적인 말일 것입니다. 괘씸하지만, 마땅한 반론도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 그는 당내 친윤 핵심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13일 어렵사리 비대위원 인선을 마무리 했는데, 면면을 보면 지난 1차 주호영 비대위보다 친윤 색채가 더 강하다는 평입니다. 특히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나섰던 주기환 전 후보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2003년 광주지검에 근무할 당시 검찰 수사관으로 함께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또 아들은 대통령실에서 6급으로 근무 중입니다. 이 같은 논란에 그는 인선 발표 1시간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비대위 색채가 옅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 비대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비대위원 또한 구인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미 법원 판결로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된 상황에서, 새 비대위 또한 이준석 대표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헌 96조를 개정, 문제가 된 '비상상황'을 명확히 규정했다지만 이는 '소급적용'이라는 또 다른 불씨만 남겼을 뿐입니다. 때문에 정진석 의원을 비롯해 당내 중진들 모두가 위원장 직을 고사했습니다. 민주당 출신의 원외 인사인 박주선 전 의원에게도 제안을 건넸지만 대답은 같았습니다. 돌고 돌아 정 의원에게 독배가 주어졌고, 그는 시한부가 될 지도 모를 비대위원장을 끝까지 거부하기 어려웠습니다. 비대위원 역시 최재형, 이용호, 유의동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이 모두 거절하는 등 구성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 지도부를 마다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비대위가 공식일정에 돌입한 14일, 공교롭게도 시선은 비대위가 아닌 서울남부지법으로 쏠립니다. 오전 11시 이준석 대표가 제기한 또 다른 가처분 신청과, 앞서 1차 가처분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주호영 의원의 이의신청 심문이 예정됐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주장대로 당헌 96조 개정이 무효로 판결나면 이에 기반해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도 당연히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부가 1차 가처분 판결에서 이 대표 손을 들어준 동일 재판부인 데다, 소급적용의 문제도 있어 이번에도 인용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이리 되면 국민의힘은 결국 '이준석'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게 됩니다. 이왕 꺼낸 칼, 무리해서라도 베겠다고 결심한다면 오는 28일 소집되는 윤리위에서 이 대표에 대한 제명 등의 추가징계를 결의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준석 체제로의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당시 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로 향합니다. 백현동 개발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로 검찰 기소가 이뤄진 상황에서 성남FC 후원금을 수사했던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대장동, 변호사비 대납 등 남은 의혹도 수두룩합니다. 부인 김혜경씨는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검찰 기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극단적 선택을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앞에 서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검경의 압박을 정치탄압으로 규정, 노무현과 등치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관건은 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인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표에게 우호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동시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는 '민생', 강성 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은 '대여투쟁'으로 이분화된 모습입니다.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통해 내분에 빠진 여권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는 한편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 합니다. 이 대표를 제외한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실 국정조사, 윤석열 대통령 고발 등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엄호에 돌입했습니다. 맞불 전략인데요, 이미 원내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들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했던 박범계 의원은 윤석열정부정치탄압대책위를 맡았습니다. 77.77%라는 득표율이 말해주듯 지금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의 늪'에 빠진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이나 우려를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원욱 의원이 용기를 내고 벌거벗은 임금님을 외쳐 보지만 힘을 얻기에는 당내 모든 세력을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상황입니다.
정치부장 김기성 kisung0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