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확실하고 명확하기만 하다면, 실행은 문제가 안되는 것 같아요."
최근 효창공원 역 인근에서 만난 한국 일렉트로닉 대표 그룹 중 하나인 글렌체크 세 청년이 하는 얘기를 듣다가 '단단한 사람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최근 새 EP 음반 '펄프'를 냈는데, 음악 뿐 아니라 음반 커버, 심지어는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다 DIY로 만들었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13년 전, 연남동 지하 작업실,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데서 음악을 하던 이 그룹은 이제 지상에서 색다른 '음악 실험' 중입니다.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형광등을 켜둔 채, 뒷 배경을 초록으로 해두고 영상을 찍고, 이를 컴퓨터로 전송해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든다고. "앨범 수록곡 5곡 모두 영상으로 제작할 겁니다. 아무리 우리 생각과 아이디어를 제작업체에 의뢰해도 원하는 대로의 느낌이 안나올 때도 있거든요. 차라리 조금 손이 가고 시간이 들더라도 우리끼리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음악하기 전에는 패션 학도였으며, 영상은 아예 배워본 적이 없는 영역이지만, 독학으로 배웠습니다. 유튜브도 보고 책도 뒤져가며 프리미어와 에프터이펙트, 언리얼엔진 같은 프로그램을 1달 만에 주파했다고. "그런데 사실 저희가 좋아하는 영화 속 장면이 있거나 색감이 있거나, 그런 취향들을 끊임없이 보고 배우며 축적해온 거죠. 어떻게 보면 음악을 하면서도 이런 감각을 계속키워왔던 것 같아요."
방향성만 제대로 설정돼 있다면, 배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이들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 주변에 그런 친구들도 많거든요.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난 안되고, 부모 잘못 만나서 이 모양이고, 공부를 할려면 시작하기 늦었고. 뭔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비논리성으로 자기 인생을 결정해버리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이번 DIY 음반 작업으로 그런 편견들을 깨고 싶었어요."
이런 저런 핑계에 스스로를 가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글렌체크처럼 나아가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명확히 하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하겠죠. 무언가에 휘둘려서 잘못된 방향 설정을 하지 않고. 그리고 나면 그 방향대로 무한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겁니다. 고민만 너무 많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고민보다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