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정국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에서 중위권을 기록하면서 한덕수 차출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습니다. 친윤(친윤석열)을 비롯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이야말로 미·중 관세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통상 전문가"라며 한덕수 대망론을 연일 띄우고 있습니다. 한덕수=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뜻인데요. 하지만 한덕수 대망론 이면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항마가 없다는 패배주의가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덕수,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8.5%
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무선 100% ARS 방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한 권한대행을 차기 대선주자로 점찍었습니다.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위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로 48.8%를 기록했습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0.9%로 집계됐습니다. 한 권한대행 뒤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2%, 홍준표 전 대구시장 5.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2.4%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하면 한 권한대행이 지지율 2위를 차지했습니다. 김 전 장관 32.7%, 한 권한대행 19.2%, 한 전 대표 16.1%, 홍 전 시장 13.7%, 안 의원 3.5% 순입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4월8~10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응답률 14.9%·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에서 처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2%의 지지를 받았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 안 의원과 동률입니다.
"사실상 윤석열 분신", "윤어게인 기획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 차출론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성일종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권한대행을 향해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 안보, 외교 등 정부 요직을 두루 경험한 한 권한대행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초 성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과 함께 한 권한대행 대선 출마 촉구 기자회견을 계획했는데요. 경선 후보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국민의힘 지도부 만류로 취소했습니다.
박수영 의원도 지난 10일 진국지표조사(NBS)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이번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라며 "그런 의미에서 (역대 정권서 요직을 역임한) 한덕수 권한대행이 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박덕흠, 김도읍, 이종배 의원 등이 차출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표면적 이유와 달리 전문가들은 윤심(윤석열 의중)이 한 권한대행 차출론을 띄우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사실상 윤석열의 분신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조사 선호도에서) 김문수 후보가 5% 이상 빠진 점을 보아 친윤 세력이 (한 권한대행) 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저지하기 위한 카드로 한 권한대행을 꺼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윤 어게인(Yoon again·윤석열 정치적 복귀)의 기획설로 본다"며 "한동훈이 되면 친윤이나 윤석열이 있을 곳이 없기 때문에 보험용으로 한덕수를 대기시켜 놓자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차기 대선 후보로 꼽은 응답자가 8.5%에 달했다. 조사에 포함된 대선 주자 중 3위다.(사진=뉴시스)
국힘 누가 나와도…이재명 일대일 대결서 완패
국민의힘의 패배주의가 한 권한대행 차출론을 낳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선은 제쳐두고 당권 장악 싸움을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모든 대선주자는 이 전 대표와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밖 큰 격차로 뒤처졌습니다. 이재명 54.3% 대 김문수 25.3%, 이재명 54.2% 대 한덕수 27.6%, 이재명 54% 대 한동훈 18.3%, 이재명 54.4% 대 홍준표 22.5%였습니다. 한 전 대표가 35.7%포인트 격차로 가장 크게 밀렸습니다.
서 소장은 "전체 흐름을 보면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기를 잡기 쉽지 않다"며 "중요한 점은 당권 장악에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권을 한 전 대표에게 넘겨주면 친윤은 해체 수준"이라며 "한동훈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한 권한대행은 대선에서 지면 당권에 도전한다든지 정계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홍준표, 한동훈, 나경원 등 이런 사람들은 계속 자기 정치를 할 텐데 이걸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라리 한덕수를 밀자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