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고장이 났기 때문에 바꾼 것은 맞습니다." 휴대전화를 바꾼 적 없다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분 만에 증언을 뒤집었습니다. 교체 기록이 드러나자, 태도를 바꾼 건데요. 특히 환율방어 사령관이 미국 국채를 매입, 원화 가치 하락에 베팅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비상계엄 전 관련 재정을 확보하라는 내용의 쪽지에 대한 사전인지에 대해서도 부인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사진은 청문회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는 최 부총리 모습.(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참모진, 일제히 휴대전화 교체
최 부총리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장관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출석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바꾼 적 있냐고 물었는데요. 최 부총리는 딱 잘라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최 부총리 답변 후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통신사로부터 측에서 확보한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최 부총리가) 계엄 직후인 2024년 12월7일 갤럭시 S24 울트라에서 갤럭시 Z폴드6로 바꿨다는 SK텔레콤의 답변이 있다"며 "이 자료가 잘못된 것인가"라고 추궁했습니다.
이에 최 부총리는 "고장이 났기 때문에 바꾼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5분 만에 증언이 뒤집힌 것입니다.
정 위원장은 "기회를 제가 드리겠다"며 "이건 분명한 위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즉각 민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를 향해 "거짓말"이라고 외쳤습니다. 국민의힘은 "증인을 협박하지 말라"고 응수했습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 위원장은 "위증을 했다고 하더라도 맞습니다. 위증을 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하면 위증죄를 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발언 수정의 기회를 줬습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4조를 언급한 것입니다.
최 부총리는 "정확한 날짜를 기억 못 했지만, 핸드폰 기기가 고장 나서 (바꿨다)"라며 "고장 난 핸드폰은 가지고 있고, 새 핸드폰을 지금 쓰고 있다"고 급하게 해명했습니다.
위증할 의도는 없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그렇게 답변드린 것이지만 날짜를 정확히 기억 못 했다"며 "그 부분은 오해를 드려서 수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이후 일제히 휴대전화를 바꾼 대통령실 참모진이 증거인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날 처음 문제를 제기한 김 의원에 따르면 12월3일 이후 휴대전화 교체 횟수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2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2번, 조지호 경찰청장 2번, 이완규 법제처장 1번입니다.
최 부총리는 휴대전화 교체와 미국 국채 매입은 인정했지만 사전에 계엄 쪽지 확인 의혹은 부정했다.(사진=뉴시스)
계엄 쪽지 확인 의혹 부인
최 부총리가 내란동조 세력이 맞는지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최 부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씨로부터 받은 쪽지를 언급하며 "계엄 관련 재정을 확보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음을 인지했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최 부총리는 "초현실적인 상황이어서 제가 받은 자료에 관심도 없었고 열어볼 생각도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 부총리 탄핵은 스토킹이라며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반발했습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도 못했던 국무위원들을 내란 동조라고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석우 법무부 차관도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만으로는 방조 관련 죄를 묻기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 차관은 "사전에 계엄 선포와 관련된 사실을 알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사전에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쪽지를 받았고 현장에서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를 못한 상황이었다면 그러한 정황만으로 방조의 죄책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화 가치 하락에 베팅 실토
경제부총리 취임 후 미국 국채 매입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금융자산은 금융기관 추천을 받아서 한다. 제가 외화예금을 2018년도 민간인 때부터 갖고 있었다"며 "외화 예금을 외화 국채로 바꾸는 것을 소극적 포트폴리오 운영으로 추천한 대로 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곧바로 (미국 국채를) 매각했다. 시점은 2023년 12월 말"이라면서도 "2024년 중반, 8월에 (미국 국채를) 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국회 인사청문회 때 약속한 1억7000만원 상당의 미국 국채 처분은 이행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뒤 경제부총리직을 맡은 상황에서 2억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다시 사들인 것입니다.
미국 국채 투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 즉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이번 진술로 국가 경제 사령탑인 최 부총리가 환율 안정보다 원화가치 하락을 바라며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최 부총리는 "환율 변동과는 관련 없다"면서 "제가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