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김유정 기자] 차기 정부는 허니문을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국정 운영에 돌입하는데요.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여야 협치가 중요합니다. 윤석열씨 탄핵도 결국 극단적 적대주의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전 대통령 사례를 교훈 삼아 정치 보복 대신 협치로 민생을 돌봐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기를 시작한다. 윤석열정부에서 사라졌던 협치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회 배제 대상으로 삼아…민주정치 허물어"
차기 대통령 임기는 중앙선거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열고 당선인의 이름을 부를 때 시작됩니다. 과거 정부는 인수위 기간 동안 어젠다 세팅과 대강의 내각 인선을 마무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요. 이번은 보궐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에 차기 정부는 모든 것을 빨리 마무리하고 주요 공약 이행에 착수해야 합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무엇보다 여야 협치가 절실합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 3년간 소통과 협치의 부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몸소 증명했는데요. 임기 내내 극단적인 적대주의로 야당과 재의요구권(거부권) 공방을 이어간 윤석열정부의 끝은 결국 탄핵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인용하며 협치를 무시한 윤석열씨를 질책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혀있습니다.
"상대 진영 기용, 협치 구체화 방안 중 하나"
협치의 예시는 과거 김대중정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 전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에 대구·경북(TK) 출신 김중권을 발탁했습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전두환씨 등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창당한 민주정의당 출신입니다. 노태우정부에선 정무수석을 거친 인물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윤씨와 비슷하게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이었습니다. 장상·장대환 등 국무총리 인준안이 번번이 부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야당 측 인사를 기용하며 야당이 정책에 반대할 명분을 제거했는데요. 이런 전략적 인선이 협치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도 반대편 인사를 등용하며 협치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자신을 팔이 긴 원숭이라고 비난한 에드윈 스탠튼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는데요. 이어 경선 라이벌이던 윌리엄 슈어드는 국무장관에, 야당 출신인 기디언 웰스는 해군장관에 각각 기용했습니다. 링컨은 "유능한 인재들이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협치라는 게 결국 사람 문제"라며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닌 중립적이거나 상대방 진영에 가까운 사람들을 대거 인사 발탁하는 것이 협치를 구체화할 적절한 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인선 발탁이 곧 협치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지역 안배가 중요하다고는 보지만, 그렇게 해서 협치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지금은 어떤 인물보다 어떤 내용을 내놓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전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인선으로 협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행정안전부 대통령 기록관)
"여야 합심해 망가진 민생 해결하길"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게 정치 보복이나 패싱이 아닌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여야의 합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김 시사평론가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이 될 경우 국민의힘을 패싱하고서 웬만한 법안은 다 통과시킬 수 있다"며 "그렇게 될 경우 노이즈(잡음)가 발생한다. 가급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도 야당이 됐을 때 무조건 발목잡기 식이 아닌 국가 위기를 같이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도 "정치복원은 다음 문제"라며 "비상계엄, 내란 사태 수습도 중요하지만 망가져 버린 민생과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기조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야 협치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스스로가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서 소장은 "내란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보수의 역할까지 하면서 국정을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1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사청문회 과정서 잡음이 나오는 등 정권 초기부터 여야가 격돌했던 윤석열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엄 소장은 "정부 출범에 대해 여야가 적절히 협의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정부 때는 당장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겪으며 후에 제대로 된 게 없다. 인사 청문, 정부 조직 개편, 추경 편성 등 (정권 초기에) 여야가 전폭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