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역시 이 프로젝트를 관세협상 전략의 일환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에너지 기업들의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에너지 생산 증대 관련 행사를 열고 연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기업들 속내는 프로젝트 참여를 주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불투명한 탓입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약 1300km 길이의 가스관 등을 건설해 알래스카 북부에서 남부 항만으로 천연가스를 이송해 수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 수출 시점은 다음 정권에서나 이뤄질 예정이라 투자금 회수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주개발사인 글렌파른 그룹의 브렌던 듀발 최고경영자(CEO)는 “2031년 상업적 전면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때는 트럼프 정부가 물러가고도 3년이 지난 후입니다. 만일 2028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집권하면,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LNG 가격에 대한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 정부가 LNG 생산 확대를 예고한 반면, 유럽 등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LNG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어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전환기 동안 안정적인 대체 연료로 LNG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수급과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은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에 선뜻 뛰어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미국 알래스카 프루도베이에 있는 유전 시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관세협상에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 역시 에너지 기업들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는 2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고위급 ‘2+2(산업·통상 장관 간) 협의체’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핵심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패키지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해당 사업을 단순한 에너지 투자보다 관세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외교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합니다.
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된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부채 규모가 47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등 심각한 재무 부담을 안고 있어 대규모 해외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주도했던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ExxonMobil)조차 경제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습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고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항 또한 없다”며 “정부 간 교섭 진행을 주시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