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본선을 향한 경선 경쟁이 격화한 가운데 너도나도 병역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징병제와 모병제 선택부터 여군 비율 확대, 남녀 구분 없는 군가산점제 도입까지 선거철마다 나왔던 해묵은 병역 공약이 이번 조기 대선에도 난립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젠더·성별 이슈를 부각해 병역 문제에 민감한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습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전날 "성별 구분 없이 모든 병역이행자에게 군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며 "선진국을 기준으로 여군 비율을 11%에서 30%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병역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 17일 "남녀 성별을 떠나 군 복무자에게 모두 혜택을 주고 가산점은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며 군가산점제 도입을 공언했습니다. 또 "징병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일당백 하는 전문 병사를 채용해 월급을 많이 주는 게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길"이라며 모병제 확대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군가산점제는 2년 이상 복무한 제대 군인에게 6급 이하 공무원 시험 또는 기업체 신규 채용시험에서 만점의 5%를 더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1961년 제정돼 확대됐으며,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군가산점제는 폐지됐습니다. 여성 차별적 요소가 위헌 결정의 이유입니다.
군가산점제와 더불어 또 다른 화두는 모병제 확대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징병제와 모병제 장점을 섞어서 선택적 모병제를 하는 게 맞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수십만 청년들을 병영 속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단순 반복적 훈련으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보다는 복합무기쳬게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익히거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전역 후에도 그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며 공약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현재 18개월(육군 기준)인 징집병의 군복무 기간을 10개월로 줄이고, 전투부사관·군무원 등 장기 모병 근무 기간을 36개월로 설계해 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이 후보는 2022년 대선에서 군복무 기간을 18개월에서 10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그런지 군에 대해 잘 모르는 게 틀림없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졸속으로 도입하면 몇 년 만에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군대가 장난이냐"고 비판하며 선택적 모병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경수 후보의 징·모병 혼용제, 김동연 후보의 완전한 모병제도 있습니다. 김경수 후보는 상비병력을 35만명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부족한 인원은 모병으로 확보하자는 구상입니다. 김동연 후보는 "현행 50만명 병력을 병사 중심이 아닌 간부 중심으로 재구조화한다는 점과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오는 2035년까지 완전한 모병제 추진 공약을 내놨습니다.
육군 현역 입영 행사에서 입대 장병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저출산으로 병력 규모 감소 문제가 대두되자 이제는 단순한 군복무 기간 단축이 아닌 모병제 확대로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고 여성을 군으로 유인하는 공약이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50만명 장병의 표심을 저격하는 동시에 젠더 갈등과 병역 의제에 민감한 이대남을 자극해 지지율 확대로 연결 지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대선판에서 병역 공약의 파급력은 큽니다. 실제 군복무 기간 단축을 공약한 대통령이 부지기수인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18개월 복무를 약속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군복무 기간 단축을 공약했으나 집권 후 폐지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18개월 복무가 시행되며 공약을 이행했고, 윤석열씨는 후보 시절 병장 월급 200만원을 내세웠죠.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과거부터 군복무 기간 단축 등 병역 공약은 주목을 많이 받아왔다"며 "인구 절벽이 심화하고 기술 혁명으로 지속적인 군복무 기간 단축의 실효성이 약화되면서 이제는 모병제로 가자는 공약이 주를 이루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