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양심도 규칙도 없다…보수단일화 파국으로
▶한덕수-김문수 2차 회동 (국회)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다. 김문수 후보가 4월19일부터 5월6일까지 18일 동안 22번이나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했다. 제대로 못 해내면 우리 김 후보님이나 저나 속된 말로 ‘바로 가버린다’. –한덕수 후보
“저는 단일화를 늘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한 번도 단일화를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 (한덕수 후보가) 5월11일까지 단일화가 안 되면 후보 등록을 안 하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저는 상당히 놀라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
“우리가 이기려면 ‘방향은 옳은데 시작은 일주일 뒤에 합시다’는 건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본다. 당장 결판 내자. 모든 방법은 당에서 하라는 대로 다 받겠다. 제발 일주일 뒤 이런 말씀 하지 마시고, 당장 오늘 저녁, 내일 아침 하자, 왜 못 하느냐.” –한덕수 후보
“저는 우리 한 후보님께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당연히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여러 성격으로 보나, 지향하는 방향으로 보나 합당할 거라 생각한다. 근데 왜 안 들어오고 밖에 계시냐. 왜 뒤늦게 나타나 국민의힘 경선을 다 거치고 돈을 내고 모든 절차를 다 한 사람에게 ‘왜 약속을 안 지키냐’며 청구서를 내미는 것인가. 공식적으로 하자 없이 선출된 후보에 대해 ‘(단일화를) 약속했는데 왜 안 하냐, 당이 정하는 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전 세계 정당 역사상 처음일 것” –김문수 후보
“청구서 아니다. 제가 어떻게 청구서를 내밀겠나. 국가의 전체적 상황이나 명령에 가까운 국민·당원들의 희망을 볼 때 일주일 미루고 이런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라 믿는다. 제가 입장도 분명하고, 김 후보님 입장도 변경의 여지가 없으니 오늘 모임은 이것으로 끝내는 게 어떻겠느냐. 제 입장은 단일화가 되면 국민의힘에 즉각 입당하겠다’는 것. 김 후보가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면 회의는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여기 있는) 언론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싶다.” –한덕수 후보
“후보 만들어주면 입당하고 안 만들어주면 빠이빠이다. 이런 게 정당 역사에 어디있나? 세상 천지에 공식 후보를 뽑아놨는데 앞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 이런 건 소설에서도 본 적 없다.” –김문수 후보
▶김문수
“제가 당무우선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들(당 지도부)이 전대를 소집해서 후보를 교체하려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선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대선 후보로 당선된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당 지도부의 작업을 어제밤 늦게 확인했다. (당 지도부는) 후보 단일화란 미명으로 정당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 다음주 수요일 방송토론과 목요일, 금요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하자.” –김문수 후보, 오전 기자회견 등에서
▶권영세
“(김문수 후보의) 기자회견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11일까지 (단일화를) 안 하면 후보를 포기하겠다는 사람과 11일부터 단일화 절차를 밟겠다는 이야기는 거의 '이재명식'이다. 우리당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오늘 오전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를 18일에 마치자고 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후보 등록 이후엔 다른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이 금지되거나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만약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되면 문제가 없지만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국민의힘의 기호 2번은 이번 대선에서 없어지게 된다. 우리 진영의 후보가 당의 체계적 지원도 없이 맨몸으로 이재명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회 기자간담회 등에서
▶권성동
“단일화는 당을 지켜온 수많은 동지의 간절한 염원이자 자유 진영이 다시 하나 되길 바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김문수 후보가)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그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 아침 기자회견 하는 모습을 봤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 정치는 본인의 영예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공적 의식 없이 단순히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단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 핑계 하나만으로 당원 명령 거부하는 건 옳지 못한 태도이다.”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억지로 끌어내려서 김 후보가 가처분에 들어가면 (김 후보가) 100% 이긴다. 제가 하도 국민의힘에서 이런 걸 많이 당하다 보니까 가처분 전문가 아니냐. 3년 전 저를 끌어내리려고 윤 전 대통령 측에서 난리 쳤던 것과 비슷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가 됐을 때 이준석에게 했던 말은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갖고 있고 그건 절대적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을 갈아치우고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테니까 이준석은 가만히 있어라’였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에게 당무 우선권이 없다고 얘기하는 건 말 그대로 식언이고, 윤핵관들이 참 논리적 모순이 심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YTN라디오에 출연해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김문수-한덕수의 2차 단일화 협상 회동도 ‘빈손’으로 끝남. 양쪽의 태도를 보면, 애초에 조금씩 양보해 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음. 장소를 국회 내부에 있는 카페로 정하고, 둘의 대화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방식으로 만남을 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기 주장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돌아서겠다는 형식. 협상이라는 게 외부인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비공개 밀당’을 하는 게 기본인데, 대체 두 후보가 무얼 목적으로 이런식의 무성의한 쇼를 한 것인가 싶음. 단일화에 명분도 없지만, 그나마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를 바라는 지지층에게도 두 후보는 매우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준 것임. 결국 두 후보 모두 어제도 ‘치킨게임’을 이어간 셈인데, 한덕수는 또 하루를 잃었고, 보수단일화가 파국을 맞을 시간도 이제 딱 이틀 남은 셈.
②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는 양심도 없고, 규칙도 없음.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 즉 대선이라는 국민의 선택을 앞두고 김문수, 한덕수, 그리고 압박을 가하는 친윤계 주류 세력들 모두 각자 이익에 눈이 멀어 정치적 양심을 내팽개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막가는’ 언행을 일삼고 있음. 특히 권영세, 권성동은 자당이 선출한 대선 후보자리를 “알량하다”고 폄훼하고, 후보자에게 “한심하다”, “이재명식이다” 등의 노골적 공격도 서슴지 않음. 후보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당 지도부는 후보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아무런 강제성이나 구속력이 없는 티브이토론과 여론조사를 강행하겠다고 발표. 정해진 절차나 규칙에 따르는 게 아니라, 그저 상대를 압박해 강제로 단일화를 하기 위해 아무 것이나 마구 던지는 중구난방, 엉망진창의 형국.
③ 조희대 대법원이 보여준 ‘사법의 정치화’에 이어, 이번엔 보수단일화 과정에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모든 사안을 검찰이나 법원으로 끌고 가 판단을 받으려는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데, 그 병증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 것.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교체’ 등을 염두에 두고 전국위원회(8일 또는 9일), 전당대회(10일 또는 11일) 소집 공고를 냈는데, 김문수 후보가 법원에 개최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고, 어제 심리가 진행됐음. 또 김문수 후보는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도 냈음. 단일화에 아무런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는 국민의힘으로선 어쩌면 11일 전에 나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상태가 이 지경인데, 법원에서 어떤 판단이 나오더라도 선거운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수준.
④ 어제 그제 있었던 김문수-한덕수 협상 및 국민의힘 지도부의 도를 넘는 강제 '단일화 쇼'가 진행되면서, 이를 관전하는 중도층의 여론은 점차 김문수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음. 둘 다 자격 없는 고만고만한 후보들인 것은 맞지만, 적어도 명분 차원에서는 김문수의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 우리 국민들은 새치기와 무임승차를 정말 싫어함. "나는 평생 당내 경선 치르면서 당비 낸 거 합치면 20억 이상이다. 한덕수는 후보 만들어주면 입당하고, 아니면 빠이빠이다. 이런 게 어디있나"라는 김문수의 말이, "당에 모든 걸 일임했다"는 한덕수의 말보다 훨씬 더 호소력이 있는 게 사실.
● ‘조희대 급발진’ 후폭풍, 쉽게 끝나지 않을 듯
▶민주당 선대위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 조 대법원장이 주도한 사법쿠데타의 여진으로 사법부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특권의식에 찌든 법관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 현직 판사들이 실명을 걸고 사퇴를 촉구하고, 법관회의 소집 요구까지 분출하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라.”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 서면브리핑을 내어
▶정성호
“조 대법원장은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법원 내부의 인식을 넘어서 일반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신뢰가 최악의 상황이 된 것 같다. 대법원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특정 대선 후보자 죽이기, 대법원이 직접 나서서 정치에 개입했다 또는 대선의 어떤 과정을 조종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사법의 위기 신뢰 위기가 와 법원 내부에서 이것에 대한 정리가 있어야 한다.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서는) 12일부터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다. 이재명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지 이걸 봐야 될 거 아니겠나. 그런 과정에서 만약 청문회가 진행되게 하면 이런 것들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과거사 피해자 단체
“대법원은 일제 전범기업 강제매각 사건을 3년째 방치하고 있다. 대법원이 정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 대법원이 이 후보의 초고속 판결에 대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지난 수년 동안 대법원에 호소해 왔던 말이다. 오랜 다툼 끝에 배상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음에도 채권 확보 차원에서 제기한 강제집행 사건을 대법원은 3년째 뭉개고 있다. 힘겹게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피고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을 회피하는 사이에 원고 5명 중 4명이 차례로 세상과 등지고 말았다. 대법원이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한 것인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재명 후보 공판을 대선 뒤로 연기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의 ‘급발진’ 판결 논란이 일단락 된 듯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 실정법상 그 누구도 조 대법원장의 지위를 흔들 수 없지만, 이미 ‘정치에 깊숙하게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일반 국민들의 의혹 어린 시선만으로도 대법원과 대법원장은 엄청난 상처를 입은 것과 다름 없음. 법원은, 특히 대법원은 ‘공정한 판결을 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이 존재 이유이기 때문. 다른 일선 판사도 아닌, 사법부의 수장이 앞장 서 그러한 신뢰와 믿음을 훼손한 꼴이 됐으니,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 물론 스스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지만, 대법원장이 정치권뿐 아니라 실명을 내건 일선 법관들에게 사퇴 요구를 받은 것 만으로도 권위는 이미 치명적으로 손상된 상황.
②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내려진 ‘급발진 판결’의 또다른 문제가 이제 서서히 불거지고 있음. 어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기자회견이 바로 그런 증거. 대법원은 그동안 곤란한 사건의 경우 몇 년씩 판결을 미루고 지연시키기 일쑤였는데, 앞으로 이처럼 재판 지연에 항의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 그리고 그때마다 대법원은 ‘유구무언’, 할 말이 없게 될 것. 물리적으로 그 어떤 판결도 이번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더 빨리 선고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 이번 시민모임의 항의성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그간 대법원의 재판 지연은 고질적 문제로 꼽혔음. 쏟아져 들어오는 사건 수에 비해 대법관과 연구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③ 이런 재판 지연의 문제 때문에 그동안 법조계나 정치권, 언론 등에서 대법관 증원 방안을 끊임 없이 거론해왔지만, 이는 정작 대법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된 바 있음. 대법원의 반대는 실상, 대법관의 수가 많아지면 대법관의 권위가 그 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탐탁치 않아 했던 것인데, “신속 재판”을 외치는 조희대의 발언과 대법원의 대법관 증원 반대 태도는 매우 모순되는 것임.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3심을 전담하는 별도의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했고, 이를 위해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등에 전방위 로비를 하다 결국 ‘사법농단’ 의혹에 휘말리며 뜻을 이루지 못했음.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양승태와 달리, 조희대는 “신속 재판”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그 어떤 적극적 조처를 하지 않았음. 이런 이유로, 결국 조희대의 법원은 이재명 사건 같은 경우에만 ‘신속 재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음.
④ 대법원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국회 법사위 청문회 참석 범위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음. 아마도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들은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것. 민주당도 현 상황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희대 출석을 촉구할 이유도 없어 보임. 대신 대선 전은 물론 대선 이후로도 일종의 대법원 압박용으로 이 문제를 계속 끌고 가려고 할 수도. 다만, 민주당이 적절하게 이 문제에 대해 선을 긋지 않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을 계속해서 언급한다든가, 청문회를 집요하게 추진하면, 법원 내 반발을 키우고, 중도와 보수층에게도 점수를 잃을 수 있음. 심지어 조희대 특검법까지 언급한 것은 너무 나간 느낌. 과유불급을 넘어 소탐대실임.
⑤ 오늘 오전에 나올 전국법관회의 개최 여부도 향후 조희대 대법원의 앞날과 관련해 주요 관전 포인트. 다만, 전국법관회의가 열리게 된다면 조희대 대법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더해 민주당의 대법원장 탄핵 및 청문회 개최 등에 대한 문제도 같이 논의될 전망. 전국법관회의 개최 자체가 조희대의 대법원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논의되면서 일종의 물타기가 이뤄질 수 있음. 판사들의 성향상, 전국법관회의가 조희대의 대법원만을 강한 톤으로 비판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