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한덕수의 '월권'…선출되지 않은 자의 '횡포'
▶한덕수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경제부총리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며 국론 분열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우원식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한 권한대행은 그동안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과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무시하며 임명을 거부해왔다. 국회와 헌재를 무시하며, 헌법상 의무, 법률상 책임도 이행하지 않은 권한대행이 부여하지도 않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냐. 사과부터 하라.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받지 않겠다.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 –우원식 국회의장, 긴급 입장문을 내어
▶이재명, 한민수
“(한덕수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은 선출된 대통령과 선출된 국회가 3인씩 임명하고 중립적인 대법원이 3인을 임명해서 구성하는 것. 한 권한대행에게는 그런(지명) 권한이 없다. 오버한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몫) 두 사람에 대한 지명은 원천 무효다. 내란동조 세력의 헌법재판소 장악 시도로 본다. 한 대행은 위헌적 권한 남용을 행사했다. 권한쟁의 심판과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이번 지명이 원천적 무효임을 밝히겠다. 법률적 대응 검토에 들어갔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내란죄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다. 이런 사람을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이완규 법제처장은 그야말로 미스터 법질서, 미스터 클린이다. 법리에 밝고, 헌법 이념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분이기 때문에 헌법재판관으로서 손색없다.”
“여야 간 합의가 없는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다. 마은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전혀 없는 인물이다. 민주당은 대행이 지명한 2명에 대해서도 빠른 시간 내 인사청문회를 열어 국회 의견을 내야 한다. 한덕수 대행을 공격할 경우 반드시 국민적 심판이 있을 것”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윤석열이 떠났는데도, 헌법을 망가뜨리려는 전대미문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음. ‘윤석열 잔당’이 여전히 강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 어제 한덕수의 기습적인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선과 개헌국민투표 동시 시행’ 논의를 사실상 백지화하는 결과를 낳게 됨. 즉, 대선 전 개헌을 논의하자는 자체가 얼마나 한가롭고 이상적인 말이었는지를 단 이틀 만에 깨닫게 됨. 이재명의 말처럼 “개헌은 필요하지만,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벌어진 셈.
② 지난해 말 대국민담화 때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정계선, 조한창, 마은혁의 임명을 거부했던 한덕수가 이번엔 안면을 180도 바꿨음. 스스로 선출되지도 않은 권력이면서 “대통령을 참칭”해 거의 “내란 수준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나선 것인 것, 헌법학계에서마저 “위헌적 행위”이자 “56일 뒤에 선출될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권한 침해”라고 우려를 쏟아내는 중.
③ 한덕수가 지명한 이완규는 사실상 윤석열의 최측근으로 “알박기 인사”라고 할 만. 또한 한덕수가 윤석열과 교감을 통해 사실상 대리인사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음. 역대 헌법재판관 중에는 대통령이 임명했던 정부 부처 수장을 지낸 이력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음. 심지어 이완규는 윤석열의 장모인 최은순을 변호한 인물. 계엄선포 직후 법무부장관, 민정수석 등과 ‘안가 모임’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수처에 내란죄 혐의로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이기도 함.
④ 대체 이런 엉망진창인 인사를 지명하는 ‘몰염치’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윤석열이 아니면 설명이 안됨.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남은 57일 동안 한덕수가 공정한 선거관리가 아닌, 나머지 정부 곳곳에 추가적인 ‘알박기 인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백주대낮에 헌법재판관도 기습적으로 지명할 정도라면, 한덕수가 앞으로 못할 것이 없어 보임. 윤석열이 파면되고 이제 정상을 되찾나 싶었는데, 남은 두 달을 ‘윤석열 2기 정부’ 치하에서 살아야 할 형편이 됐음.
⑤ 한덕수의 행태가 너무 어이없는 폭주인 데다, 국민 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도발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기습 인사의 목표가 ‘알박기’를 넘어 ‘정국 분탕질’ 또는 ‘탄핵 유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듬. 상황을 극단적인 쪽으로 끌고 가서 자신과 최상목에 대한 야당의 줄탄핵을 유도하고, 그 결과 대선을 앞둔 정국을 지금보다 더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음.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정말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 지난 12월3일 윤석열의 계엄선포 이후 대한민국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낭패감을 피할 수 없음.
⑥ 한덕수의 이런 폭주를 국회가 당장 막아설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이나 가처분 등을 언급했지만, 이번 경우에는 인사권을 침해당한 '차기 대통령'이 없기 때문에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어렵다는 게 중론. 헌법재판 중인 당사자들이 '무효인 재판관 임명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헌법소원을 낼 수도 있지만, 지명 행위 자체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가려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 다만 한가지 박지원 의원이 어제 “이완규가 윤석열 캠프에서 자문을 했고, 2022년 5월13일 법제처장에 취임하면서 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다고 주장. 헌재법 5조는 '정당의 당원 또는 당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임.
● 대선 6월3일, 윤석열에 선 긋는 보수 후보들?
▶김문수
“여러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일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민께서 원하고 아는 분들도 원했다. 국민의 뜻을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제가 원해 밀어달라고 한 게 아니고 우리 안타까운 정치 현실과 국민의 답답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파면과 관련해서는) 저를 임명해줘서 노동부 장관이 됐고 복귀하길 바랐는데 파면돼 매우 안타깝다. (윤 전 대통령과) 소통해서 출마하고 이런 것은 없다. 저는 계엄을 찬성한 것은 아니고 국민이 힘드니 복귀하셨으면 하고 생각했다.” –김문수 장관, 국무회의에서 사의를 밝힌 뒤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문수형은 탈레반이지만 난 다르다. 나는 좀 더 유연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를 두고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은 주술과 불통의 공간이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공간은 나라의 국격을 보여주는 곳인데 용산은 지금도 공사 중이다.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청와대로 간다.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시민불편도 가중시켰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용산으로 가겠느냐. 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마지막 명운을 거는 것이다. 대구시장직을 내려놓고 출마하는 것도 이 때문” –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 저 안철수를 선택해달라. 경제와 일상을 복구하고 잘못된 과거를 일소하는 시대교체가 필요한 때다. 이번에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 (윤석열이) 3년 뒤 계엄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단일화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반성과 혁신을 기본으로 국민통합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이상 과거를 바라보는 검사, 법률가 출신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국민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갈등의 세계관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양한 국민들을 이해하고 통합으로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한덕수의 폭주로 윤석열 파면 나흘 만에 다시 어수선한 정국으로 들어섰지만, 그래도 ‘내란 종식’을 위한 열차는 가고 있음. 어제 6월3일로 대선 일자가 확정되고, 국민의힘의 시선도 이제 조금씩 윤석열을 벗어나 장미대선으로 향하는 중. 안철수는 이미 출마를 선언했고, 김문수도 어제 장관직을 사퇴하며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 함.
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초반에 눈에 띄는 대목은 출마 선언을 하는 후보마다 예상보다 조금 더 ‘윤석열과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대목. 안철수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언급하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걸 넘어 3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과 후보 단일화를 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함. 홍준표는 윤석열을 차마 직격하진 않았지만, 용산 집무실을 거론하며 “주술과 불통의 공간”이라고 에둘러 비판. 홍준표의 스타일상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윤석열에 대한 ‘맹공’을 퍼부을지도 모르겠음. 윤석열과 그를 지지하는 극우보수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김문수마저 “계엄에 찬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음. 이후 출마 선언을 하는 다른 후보들도 이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
③ 윤석열이 파면 뒤 지금껏 보여준 태도를 보면, 사저 정치를 통한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포기할 것 같지 않음. 즉 이번 대선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됨. 국힘 잠룡들의 난립하면서, 이제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이 누구를 지원하느냐는 것. 윤석열의 선택에 따라 보수정당 자체가 아예 망가지거나 분열 국면으로 갈 수도 있음. 현재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당연한 듯 보였던 김문수 장관이 아닌 제3의 인물이 윤의 낙점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임. 나경원이나 원희룡 등도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을 듯한데, 윤이 관저를 떠나 사저로 가는 이번 주말께에는 윤곽이 드러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