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그 이후’를 보는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10인10색 '개헌'…촉박한 일정도 '걸림돌'
● 막 오른 조기대선, 여야 잠룡들 각자도생
● 10인10색 '개헌'…촉박한 일정도 '걸림돌'
▶우원식
“국회 양 교섭단체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영한다. 개헌은 제 정당 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 이번 대선에서부터 개헌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 적극적 협의를 당부한다.” –우원식 국회의장, 전날 대선-개헌국민투표 동시 진행 제안을 내놓은 뒤 추가로 입장문을 내어
▶권영세
“현행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4개 헌법기관에 대한 탄핵 소추권을 갖고 있다. 각종 인사청문회 권한에 긴급 조치, 계엄의 해제권까지 가지고 있다. 1987년 개헌 당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제왕적 국회의 출현이다.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명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다. 개헌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은 개헌과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다. 현재 국민투표법상 사전투표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과) 동시에 개헌을 할 수 없다. 국민투표법이 신속하게 개정돼 개헌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된다면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적시),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개헌)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등은 논쟁 여지가 커서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는 각 대선 후보들이 약속하고, 대선 후 공약대로 하면 개헌하면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동연
“개헌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관문이 될 것이다. 윤석열 파면과 내란 종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새로운 7공화국 문을 열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대선 공약이 흐지부지되는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분권형 4년 중임제 등 공감대가 큰 사안은 대선과 동시 투표하고, 국민적 동의가 더 필요한 부분은 대선 공약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동연 경기지사,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
“(개헌을 하려면) 개헌 특위를 구성하게 돼 있다. 여야로 구성되게 돼 있는데, 그렇다면 척결의 대상이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와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다. 정의와 불의가 앉아 있는 것처럼, 선과 악이 앉아 있는 것처럼. 그래서 면죄부, 도피처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국면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 유튜브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윤석열 파면으로 어수선했던 국면이 정리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 60일도 남지 않은 촉박한 ‘대선 시계’를 좌우할 화두는 단연 개헌. 아마도 각 당의 후보가 선출되고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개헌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잡아 먹을 것으로 보임. 현재 개헌 논의의 맨 앞에서 총대를 메고 나선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 다만, 그가 제안한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이 가능하려면, 개헌의 내용과 수위를 떠나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자칫 개헌 논의가 설익은 정치공방용 소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어 보임.
②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는, 헌법상 개헌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민투표안 역시 최소 18일간 공고해야 하는 규정 때문. 여기에 필요한 38일과 개헌안 제안 및 이송에 필요한 1~2일 정도를 더하면 조기 대선까지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 그 사이에 여야가 특위를 구성해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만들어내고, 이미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 더구나 개헌이라는 중차대한 사안,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이 매우 다양하게 분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이 짧은 기간에 ‘번갯불에 콩 볶듯’ 하는 게 맞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음.
③ 더구나 중앙선관위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오는 15일 전까지 완료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대선과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음. 정치권 예상보다 훨씬 시한을 촉박하게 보는 셈. 현행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과 사전 투표 문제, 투표권이 보장되는 나이 기준(18세) 등이 반영돼 있지 않아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재외국민 선거인 명부 작성임. 재외 선거인 명부 작성은 기준이 있어서 어느 정도 시일이 확보되지 않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선관위 실무상 15일까지는 법 개정이 완료되지 않으면 사실상 6월3일에 국민투표를 하는 게 어렵다고 보는 것.
④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때는 가능한 주요 사안만 개헌을 하고, 추후로 구체적인 사안으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 개헌 주장이 나오고 있음. 우원식 의장도, 이재명 대표도 각 주장을 뜯어보면 이런 단계적 개헌을 언급하고 있음. 하지만 그 ‘단계’의 내용적 차이와 간극이 너무나 벌어져 있어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정도가 아님. 요약하면, 현재 정치권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그 모든 플레이어들의 머릿속에는 각각 다른 ‘10인10색’의 개헌 로드맵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
⑤ 개헌에 대한 생각과 구상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 중의 하나가 어제 권영세가 내놓은 발언. 정치권은 물론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학계, 시민사회의 일치된 의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그 이유로 들고 있음. 그런데 이런 와중에 권영세는 엉뚱하게도 개헌이 필요한 이유로 “제왕적 국회”를 문제 삼고 나섬. 제왕적 국회의 근거로 “국회가 계엄해제권까지 갖고 있다”고 주장한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지경. 결국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개헌 논의를 통해 ‘다수당 횡포’, ‘민주당 독재’ 등 다분히 정략적인 측면을 부각하려고 할 가능성이 큼. 이렇게 되면 개헌 논의 자체가 산으로 갈 수밖에.
⑥ 결국 현재 진행되는 모든 개헌 논의의 키는 이재명 대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진정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최대한 빠르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진정성을 가진 이들도 많지만, 개헌을 다분히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이들도 다수 존재하는 게 현실. 대세론을 선점했기 때문에 임기단축을 포함한 개헌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재명을 공동으로 포위해 공략하기 위한 포인트로 삼는 측면이 있음. 결국 이재명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또한 개헌에 대한 로드맵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관건. 친명계를 포함한 민주당 다수 의원들은 대선 전 개헌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음. 결국 이재명이 대선을 통해 개헌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취임 뒤 이를 추진할 방법을 미리 담보하는 쪽의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임.
● 막 오른 조기대선, 여야 잠룡들 각자도생
▶한동훈
“오늘 이재명 대표는 ‘논쟁만 격화되는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개헌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민주당은 시대 교체를 반대하는 ‘호헌 세력’임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개헌은 ‘나중에, 나중에’ 하고, 의회 독재에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까지 다 휘둘러 보려는 속셈이다. 탄핵을 서른 번이나 꺼낸 무절제로 87 헌법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언제, 어떻게 개헌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인 건) 의회 독재에 제왕적 대통령 권력, 그리고 임기 중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임명으로 입법, 행정, 법원, 헌재까지 모두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5년간 본인 한 몸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보겠다는 사람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한규
“한동훈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호헌세력’이라며 비난하는 걸 보고 너무 기가 막힌다. 헌법이 문제인가, 한 전 대표가 몸 담은 그 당이 문제인가? 우리 국민들이 지켜낸 것이 바로 헌법이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맞서 우리 국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바로 헌법이다. 오히려 한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그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한 계엄을 해서 파면을 당한 것이다. 이번 대선 짧다. 한 전 대표 본인 얘기만 하기에도 매우 짧다. 남탓과 트집 잡는 데 쓸 시간이 없어 보인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 잠룡들 출마 채비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국민통합·시대교체라는 슬로건을 걸고 국민 화합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광화문광장을 출마 선언 장소로 선택했다.” –안철수 의원 측근, 기자들에게
“(11일 퇴임식을 진행하고 14일 여의도에서 별도의 출마 선언을 예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53년 전 동대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상경했던 그 시절처럼 이번에도 동대구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한다. 8일부터는 퇴임 인사를 하러 다닐 예정” –홍준표 대구시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은) 당 선관위 일정이 나오면, 출마 여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정을 보고 경선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 기자들에게
“아직 어떤 결심을 내린 게 없다. 여러 가지 고심하고 있다.” “아무런 욕심이 없지만 이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지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김두관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경선으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출마한다. 예정된 선거 결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중도 확장성이 부족하면 윤석열 같은 후보에게도 패배하는 결과가 또 나올 수 있다. 바로 지난 대선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느냐. 제7공화국을 위해 임기를 2년 단축해야 한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민주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여야 잠룡들의 출마 선언이 하나둘씩 구체화되고 있음. 김두관 의원의 어제 출마 기자회견을 열며 첫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줌.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도 오늘 출마 회견을 통해 보수 쪽 후보 중에서 가장 빠른 스타트 예정.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1극 체제 탓에 경선에 뛰어들 후보가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김경수, 김동연, 김두관 정도가 확정적인 듯 한데, 김부겸이나 박용진, 임종석 등은 여전히 안갯속. 반면 보수당 후보는 확실한 강자가 없이 지지율 한자리수 또는 한자리수도 잡히지 않은 후보들이 마구 난립 중. 줄잡아 15명 이상이 된다는 전망. 대선 자체가 확실히 이재명이냐 아니냐는 구도가 되었는데, 보수 쪽에서는 확실한 대안론을 형성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
② 특히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국민의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면면.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경북, 대전, 충남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모조리 출마선언을 할 판. 이는 사실상,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권을 노리는 게 아니라 당권 또는 당내 영향력과 자신의 인지도 확대를 꾀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페이크 모션'에 가까움. 단체장 직을 던지고 나서는 건 홍준표 뿐이고 나머지는 다 현직 신분 유지한 채 경선 뛰어드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못 먹는 감 찔러보기' 수준. 각 지자체장들의 대선 러시에 따른 풀뿌리 행정의 공백도 문제지만,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하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당이 제대로 된 반성이나 성찰 없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부나방처럼 대선에 뛰어들 자격이 있는지 의문. 이는 단체장 뿐 아니라 대통령이 파면된 정부의 현직 내각 관료(김문수)나, 내각 관료였다가 당 대표까지 지낸 인물(한동훈)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비판. 정부와 여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통렬한 반성문 한 장 쓰는 사람 없이 대선 경선이 치러진다면 그 당은 대선 해보나마나, 미래가 없음.
③ '이재명이냐 아니냐'는 구도와, 출마를 노리는 국힘 후보들의 뻔뻔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어제 한동훈의 이재명 공격. 여야 모든 잠룡들이 이재명 타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번 대선의 양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고편이기도 함. 다만 한동훈이 이재명 공격에 꺼내 든 '호헌세력'이라는 말은, 스스로 생각해냈는지 아니면 참모 중 누가 추천해줬는지 알 순 없지만, 매우 부적절해 보임. 지금의 헌법을 수호하며 내란을 막아낸 정당과 의원들에게 '호헌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것 자체가 한심스러운 일. 87년 체제의 헌법이 이제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아 개정이 필요한 것일 뿐, 지금껏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헌법을 폄훼할 일은 아님. 또한 과거 체육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유지했던 군부 독재 세력과 그들의 전횡을 비판하기 위해 주장했던 '호헌철폐'라는 말을 아무 데나 가져다 쓰는 건 그야말로 자신의 몰역사적 인식을 드러내는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