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그 이후’를 보는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헌재의 완벽한 결정문, 정치권은 깊이 새겨야
● 본격화한 조기 대선…보수정당은 시간이 없다
● 헌재의 완벽한 결정문, 정치권은 깊이 새겨야
① 주말 사이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결정문에 대한 각계의 호평이 이어졌음. 여러 쟁점에 대해 빠짐없이 다루었고, 국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논리로 핵심을 짚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무엇보다 재판관들이 이런저런 소수의견, 별도의견, 보충의견을 복잡하게 늘어놓지 않고,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윤석열을 파면한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평가할 만한 지점.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 그리고 파면 사유가 될 정도의 중대한 헌법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 이 세가지에 대해 모두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깔끔한 논리와 문장들을 국민들에게 제시함.
② 윤석열의 승복 선언과 대국민 사과 등은 역시나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과 빼어난 결정 논리 탓에 윤석열 측이나 '아스팔트 국힘 의원들'마저 이렇다 할 반박이나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 주말 사이 예상됐던 극렬한 저항도 예상보다 강도가 높지 않았음. 큰 사고나 피해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 점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 이렇게 반발이 크지 않은 것 역시 헌재 결정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됨.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석열의 이런저런 주장에 대해 무시하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고, 나아가 윤석열 개인에 대해서도 "야당의 전횡으로 인한 국정마비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식의 역지사지형 문장까지 동원. 어떤 면에서 보면, 윤석열과 지지자들의 승복과 동의에도 매우 공을 들인 결정문이라고 할 만.
③ 헌재가 선고일을 지나치게 뒤로 미루면서 혼란과 불안을 키운 측면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 받아야 할 대목이지만, 결정문을 뜯어보면 대략 평결이 길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음. 외부 알려진 것처럼 5대3 데드락은 잘못된 분석이었고, 애초 8대0에서 논의가 시작됐다고 봐야. 다만 사실관계의 확정을 위한 증거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절차적 문제에 관해 논의가 길어졌던 것으로 보임. 사실관계 확정과 관련해서는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이 검찰 조서를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고, 절차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형식 재판관이 '회기 중 탄핵 재발의를 제안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냄. 3명 모두 보수 성향의 재판관으로서 평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일종의 확실한 '알리바이'는 남긴 셈.
④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이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알리바이는 국회 다수당의 잘못에 관해 지적해 놓은 대목. 사실 윤석열의 탄핵심판 결정문에 이런 부분을 새삼 지적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헌재는 예상 외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대화 및 타협에 소홀하고 일방적인 법안 처리 반복 등을 한 부분을 자세하게 서술함. 물론 헌재의 결론은 "대화와 타협, 즉 정치로 풀어내야 할 문제를 계엄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비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헌재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숙고해야 할 것임.
⑤ 헌재의 지적을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새겨 들어야 할 또다른 이유가 있음. 이제 곧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대한민국의 권력 구도가 또다른 의미에서 매우 위험한 형태로 재편될 수 있기 때문. 보수 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의 연이은 파면으로 국민의힘은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이 매우 낮음.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민주당은 행정부와 의회 양쪽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됨. 좀 심하게 말하면, 민주당이 원하는 것은 견제 세력의 브레이크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음. 더구나 민주당은 내부 소수파나 비주류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이재명 1극 체제여서, 이런 위험성은 더 큰 상황. 국민들도 대선을 앞두고 이런 위험성에 대해 분명 고민하게 될 것. 민주당이 남은 기간 국민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도 집중해서 지켜봐야.
● 본격화한 조기 대선…보수정당은 시간이 없다
①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일정과 관련해 한덕수의 혹시 모를 '몽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건 지나친 의심이자 기우에 해당. 이미 노태악 중앙선거관위원장과 통화를 한 한덕수는 정치권 대다수의 예상처럼 화요일 국무회의를 거쳐 6월3일을 대선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 이번주 대선 일정이 공고는 기정 사실이므로 각 정당은 촉박한 시일을 고려해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
② 대선 레이스 초반을 달굴 대선 후보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 우선, 이재명 1극 체제의 민주당 경선은 별 다른 흥행 포인트가 없어 큰 관심은 받지 못할 것. 대신 조국혁신당이나 다른 소수정당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오히려 흥미로운 대목. 조국혁신당은 이미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을 제안한 바 있는데,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 시일이 촉박해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혁신당이 후보를 낼지도 관심사. 지난 재보선의 담양 승리가 고무적이긴 하나, 별도 후보를 내는 것은 야권 표 분산 등의 정치적 부담이 있고, 재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
② 민주당의 후보 경선과 달리 국민의힘 후보 경선은 변수도 많고, 후보도 난립할 수 있어 짧은 기간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음. 국민들의 시선이 국민의힘 경선으로 더 많이 쏠릴 것. 관건은 극우 계열 김문수냐, 아니면 비교적 중도 확장이 가능해 보이는 한동훈, 오세훈이냐의 문제. 김문수는 이변이 없는 한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럴 경우 홍준표는 선전하기 어렵고 존재감이 아예 없을 수도 있음.(*그냥 대구시장 임기를 채우시길 권함) 김문수-한동훈-오세훈 3자 경쟁 구도라면, 변수는 윤석열의 개입 여부와 검찰의 명태균 수사 결과 등이 될 것으로 보임.
③ 당 경선을 관리하는 권영세 등 지도부의 선택도 중요. 앞서 몇 차례 언급한 것처럼 지금껏 국힘 지도부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 지나치게 윤석열과 아스팔트 쪽으로 기울었음. 사실상 지금도 회복불가 상태. 이제부터라도 당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그나마 겨우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임. 윤석열이 승복하지 않으면 출당 조처라도 하고, 전광훈-전한길 세력들을 단호하게 끊어내야 보수정당의 존립 자체가 가능한 상황. 지금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음. 이번주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민의힘은 극우정당이 될 것.
④ 하지만 윤석열 파면 선고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나왔다는 발언들을 살펴보면, 향후 전망은 매우 비관적. 여전히 "탄핵 찬성파를 몰아내야 한다", "찬탄파와 함께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해보나마나. 현재의 국힘 경선 룰은 당원 50%, 국민50%인데, 현재의 당원 구조와 의원들 분포를 보면, 이런 룰로는 김문수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고 오세훈, 한동훈이 중도 확장성이라는 장점을 호소해 볼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될 것. 그렇지만 권영세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당내 영향력 있는 중진들은 이런 경선 룰을 바꿀 생각이 1도 없어 보임. 대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당권을 확보해 다음 지방선거 공천권만 행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