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재명 vs 모든 잠룡’…치열한 수싸움 본격화
▶한동훈 “(전날 이재명 대표의 ‘검찰 내통’ 발언 관련) 이재명 민주당은 벌써 계엄 중이다. 저런 분이 이렇게 위중한 시점에 대한민국을 이끌 때 위험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통령실 세종 이전 가능성 검토와 관련해서도) 계엄도 하고 대통령실 이전도 하고 그분은 벌써 대통령이 된 것 같다.” “(AI 관련 질문을 받고도) 이 대표의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 공유' 발언은 웃기는 소리다. 그것은 화천대유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단순 무식한 논리로 AI 혁명에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전력망을 만들어 충분히 공급하고, 세제를 지원해 개인의 선택과 역량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동훈 전 국힘 대표, 대학생 시국포럼 연사로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날 이재명 대표의 ‘검찰 내통’ 발언 관련) 본인이 이긴 선거조차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던 뒤끝 있는 윤 대통령이 떠오른다. 정치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경험해 봤지만, 가장 위험한 유형은 사악한 사람이나 자기 잇속만 차리는 사람이 아니다. 바로 망상에 빠진 사람이다. 이 대표의 한 유튜브 방송 발언을 보면서도 비슷한 사고구조를 떠올렸다. 지도자에게 중요한 덕목은 왜곡되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며,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망상에 사로잡힌 지도자는 모든 문제를 음모로 해석하며, 결국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이제는 그런 망상에 빠진 지도자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두관, 고민정, 박지원 “이재명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이냐. 이 대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보았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였다. 지금도 말없이 민주당에 있는 내부 비판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었다. 어제 '매불쇼'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 그리고 통합의 길을 가라.” –김두관 전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악수 중 악수였다. (이 대표) 스스로 만든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대표가) 정책 행보를 계속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당내 통합을 이루려는 행보도 많이 해서 국론이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려 노력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는데 그 발언으로 두 가지 공든 탑이 다 가려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 (해당 발언에) 침묵하면 그런 뒷거래가 있는 것을 동의하게 되고, 말을 얹으면 얹을수록 당내 분열은 증폭될 수밖에 없어서 고민이다. 어쨌든 이 대표가 뚜껑을 열었으니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명계 고민정 민주당 의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통합 행보를 하면서 구태여 그런 말씀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데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그러나) 이 대표로서는 어떤 복안이 있었을 것. 이런 문제가 당내에서 또 부각될 수 있으니까 미리 못을 박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도 일부에서 '윤석열과 이재명 동시 퇴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쪽에서 그런 문제를 가지고 나올 것 같으니 미리 한 방 못 박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오세훈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500조원 ’다시 성장(KOGA) 펀드‘, 지금이 적기입니다. 우리 정부의 R&D 예산은 약 29조6000억원에 불과하고, 특히 AI, 반도체, 양자, 바이오 등 선도형 R&D 지원 예산은 4조3000억원으로 매우 부족하다. 영국의 인내자본, 이스라엘의 시티즌 펀드처럼 우리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선순환 투자를 해야 한다. 국부펀드를 활용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민간과 함께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며 혁신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자로 나서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할 골든타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형준과 부산 의원들 + 조승래 “(부산을 찾은 이재명 대표와 간담회 뒤) 큰 기대를 갖고 왔었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 2년 동안 만나자고 했는데 대통령 만나기보다 (이 대표를 만나는 게) 10배 어렵다. 오늘 이 자리는 북극항로에 대한 설명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부산 현안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에 대한 이 대표 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이 냉담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넘어 부산 시민들을 냉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국회 절대 다수당인 이재명의 민주당은 부산 시민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부산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함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 등의 시급한 현안들이 존재한다. 모두 부산 시민들이 염원하는 숙원사업이며 국회에서 의결되어야만 실현 가능한 사안들이다. 326만 부산 시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부산 홀대를 잊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무시한 채 특혜성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로 날아갔고, 부산 시민들께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김도읍·이헌승·김희정 등 국민의힘 소속 부산 지역구 의원 13명,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해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를 못한 측면이 있었다. 현안들에 대해 이 대표는 검토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박 시장이 부산시민을 홀대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손님을 맞는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정치인이 지역 시민과 단체장을 무시하려고 만나겠나. 취지는 알겠지만 과한 표현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회동 뒤 브리핑을 통해
▶토마토레터 관전평 ① 바야흐로, 이재명과 나머지 모든 대권주자들의 격렬한 수싸움, 샅바잡기가 본격화하는 국면으로 접어 들고 있음. 윤석열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멀어지고, 조기 대선을 겨냥한 잠룡들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음. 설사 윤석열을 옹호하거나, 헌재를 비판하는 말들마저도, 이젠 내란 수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라, 그 수괴를 지지하는 이들을 향한 구애로 해석되는 게 당연해진 상황. 1등 주자 이재명으로서는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그 만큼 잃는 것도 많고 타격도 클 수밖에 없음. 한마디 한마디가 공격의 타깃이 되는데, 같은 맥락에서 전날 내놓았던 ‘비명계의 검찰 내통’ 발언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음. ② 이재명의 전날 발언에 대해 당내보다 당 바깥 주자들이 더 ‘신나게’ 거론하며 맹폭을 퍼부은 것을 보더라도, 이재명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음. 당내 통합과 관련해서도, 이재명의 해당 발언 탓에 두꺼운 듯 보였던 빙판이 이젠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으로 변한 모양새. 다만, 이번 발언에 대해 비명계 잠룡들과 당내 비명계 인사들이 예상과 달리 매우 날 선 반응을 보이지 않고 되도록 비판을 자제하고 있음. 딱히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이런 분노를 모아낼 만한 구심점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적전 분열은 막자는 뜻도 있을 것임. 이재명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최근 거론되고 있는 대선 캠프 구성이 매우 요긴한 당내 통합의 고리가 될 수 있음. 마침 캠프에 ‘당내 통합’ 기조를 반영해 친명 성향이 덜한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고, 무게감 있는 친노-친문 인사들도 포함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 지켜볼 일. ③ 이 와중에 오세훈은 이재명이 선점한 국가펀드 구상을 고스란히 베낀 듯한 제안을 자신의 것처럼 슬쩍 꺼내놓는 과감함을 시연. 불과 사흘 전 오 시장은 이재명 대표의 ‘K-엔비디아’ 구상에 대해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실제로는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는 것”, “기업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할 투자 의지를 꺾는 자해적 아이디어”라고 비판한 바 있음. 하지만 오 시장이 제안한 500조 ‘다시 성장 펀드’ 개념도 말만 그럴 듯하게 포장했을 뿐, 이재명의 구상과 다른 게 거의 없음. 민주당이 50조 펀드를 이야기 하니, 마치 “묻고 더블로 가”처럼, 액수만 10배로 늘린 제안인 셈. 차기 주자들이 나서 “국가적 펀드를 조성해 첨단산업에 투자하자”고 앞다퉈 나서는 건 얼마든지 반길 일. 그렇지만 내가 하면 “혁신 제안”이고, 이재명이 하면 “사회주의 구상”이라는 식의 아전인수격 몰염치는 ‘첨단’과는 한참 동떨어진 퇴행적 정치 행태임. ④ 다만, 이것저것 차용했더라도, 첨단산업을 대하는 오세훈의 태도나 시각은 적어도 평생 검사만 한 한동훈보다는 나은 듯. 한동훈은 ‘K-엔비디아’를 조롱하며 “대장동이냐”, “첨단산업은 전력망 잘 깔아주고 세금 깎아주면 된다”는, 이 분야에 대한 매우 낮은 수준의 인식을 드러냄. 이재명 공격에 급급하다 보니, 지금 자신이 뭘 놓치고 있는지, 아무런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듯. 예를 들어, 이재명의 “세종시 이전 검토”에 대해 “대통령이나 된 듯한 행태”라고 공격하기 바빴지, 이재명이 그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아젠다를 선점하고, 나아가 충청권 민심까지 공략하고 있는 것을 한동훈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음.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목련이 피면 김포가 서울이 된다”는 정도의 얄팍한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확실해 보임. ⑤ 어제 이재명의 부산 방문은 여러 노림수가 있지만, 일단 PK민심 구애 차원으로 봐야. 이재명에게 PK는 여러모로 뼈아픈 지역.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에서 모두 PK의 벽을 넘지 못했음. 대선 때 부울경 모두에서 10%p 이상 격차로 졌고, 총선에서도 압승에도 불구 PK 지역구 총 40석 중 5석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 ⑥ 최근 조사에서는 PK 지지율이 꽤나 높게 나오고 있는데,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박형준 시장과 국힘 부산 의원들이 이를 의식해 제동을 걸고 나온 셈. 박 시장은 지역 민심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숙원사업을 거론하며 ‘홀대론’을 제기. (*다만 지금껏 자기 당 소속 대통령한테도 끌어내지 못한 사안을 왜 야당 대표를 상대로 ‘홀대론’을 언급하는 건지? 벌써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대접하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긴 함) 이재명과 면담을 마친 박 시장의 ‘홀대론’ 제기가 나오자마자 부산 지역구 의원 13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또 ‘헬기 이송 사건’을 꺼내 듬. 국회의원 13명이 이렇게 순식간에 모이고, 미리 준비된 듯한 기자회견문을 발표할 수 있는지 약간 의심스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