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그 이후’를 보는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한덕수 결정문을 통해 ‘엿보는’ 헌재 내부 풍경
● 반응 엇갈린 여야…헛물 켜는 국힘, 오버하는 민주
● 한덕수 결정문을 통해 ‘엿보는’ 헌재 내부 풍경
▶비상계엄 판단 보류
“한 총리는 작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불과 두 시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여기서 더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한덕수 탄핵 기각 및 인용을 판단한 재판관 6명의 공통 의견
▶헌재 재판관 불임명 관련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피청구인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의 헌법·법률 위반이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등 재판관 4명의 다수의견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다.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는 ‘상당한 기간 내’에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즉시’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김복형 재판관의 별도의견
“(한 권한대행이)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 –정계선 재판관의 소수의견
▶총리 탄핵 의결 정족수 관련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인 만큼 그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도 대통령과 같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로 봐야 한다. 탄핵소추의 신중한 행사를 위해 대통령에 대한 가중 의결 정족수를 규정한 헌법 조항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대통령의 궐위·사고라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도입되는 체제이며, 이 체제 하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 제도의 남용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의 각하 의견
“대통령 권한대행자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 탄핵소추안은 본래 지위에 따라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를 충족시키면 된다.” –기각 의견을 낸 6명 재판관의 다수 의견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한덕수 총리의 탄핵 기각은 예상됐던 일이고, 결정문 내용 역시 윤석열 탄핵심판과 관련해 큰 변수를 예고하거나, 예상을 벗어난 내용이 없는 무난한 결정문이라고 할 만함.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석열 탄핵소추 사건의 향방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을 거의 담지 않고, 최소한으로 압축해 작성한 결정문. 이는 다른 말로, 헌재 재판부도 윤석열 사건과 한덕수 사건은 전혀 별개의 탄핵심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실제로 헌법 위반의 정도나 위법 행위의 경중으로 보면 전혀 다른 사건이기도 함.
② 다만, 예상보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이 상당히 여러 갈래로 나뉘었는데, 그 만큼 평의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 한덕수 탄핵은 정족수 문제 등 이견이 생길 법한 내용이 제법 있었는데, 재판관들 각자의 논리에 큰 무리가 없어 상당히 팽팽한 토론이 가능했던 사안.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덕수 선고를 먼저 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한덕수 탄핵 결정문을 둘러싼 이견을 정리하느라 지금껏 상당한 시일을 소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 만약 오늘과 내일 중에 선고 일정 공지가 없으면 재판관들 사이에 윤석열 사건을 놓고도 여러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오늘 내일 중에 공지가 된다면, 윤석열 사건에 대한 이견이 이미 정리됐거나 애초에 일부 절차적 문제를 제외하곤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음.
③ 이번 결정문에서 윤석열 탄핵심판과 연결 지어 해석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대목은 ‘내란죄 철회’와 관련된 쟁점. 윤석열과 국힘의힘 측에서는 국회 측이 변론 준비기일 때 형법상 내란죄 항목을 철회한 것을 두고 “절차 위반”과 “탄핵소추 표결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절차 미비에 의한 각하’를 주장해왔음. 문제는 국회가 한덕수 탄핵심판 때도 윤석열과 똑같이 ‘내란죄 항목을 철회했다는 점. 만약 재판부가 이 내란죄 항목을 철회한 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분명히 적시했을 것. 하지만 이번 한덕수 결정문에는 내란죄 항목 철회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판단도 하지 않음. 즉, 재판부는 내란죄 항목 철회 여부는 헌재의 탄핵심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임.
④ 일부에서는 헌재가 결정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기도. 문구를 보면, 기각·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6명이 결국 ‘절차적 정당성 부재’는 인정한 게 아니냐는 것. 최소 6명은 위헌·위법 심증이 있다는 해석인데, 좀 애매함.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도 있고, 뭐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희망회로를 돌릴 필요도 없어 보임. 계엄의 절차적 위법의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
⑤ 매우 보수적 성향으로 알려진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의 각하 의견도 어찌 보면 사전에 충분히 예고됐던 일로 볼 수 있음.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냈을 때, 두 재판관은 “우 의장이 본회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음. 이후 “국회 결의안 표결을 통해 사후 흠결이 해소됐다”고 봤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우 의장 손을 들어줬지만, 그만큼 두 재판관이 절차에 대해 깐깐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음. 다만, 윤석열 탄핵재판에서는 이런 절차적 흠결이나 표결 정족수 등의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들 재판관의 보수 성향이 크게 문제될 일은 없을 듯.
⑥ 전반적으로 재판관들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됐음. 하지만 이런 의견들이 각자의 성향과 위치에서 법률가로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논리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능한 결정문이라고 평가할 만. 즉, 윤석열 결정문에 경천동지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이나 황당한 주장은 등장할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아 보임.
● 반응 엇갈린 여야…헛물 켜는 국힘, 오버하는 민주
▶권영세, 권성동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탄핵안이 처음부터 헌정 파괴 목적의 정략적 탄핵이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9전9패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록적 패배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절차적 하자와, 내용상 문제점이 없는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헌법재판관들이 각자가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주장을 판결문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헌재에서) 이런 식으로 재판이 이뤄지고 좀 더 평의를 제대로 한다면 대통령 탄핵소추 결과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세력의 입법 권력을 동원한 내란 음모에 헌법의 철퇴를 가했다. 이 대표는 뻔히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본인의 정략적 목적을 위한 졸속 탄핵으로 87일이나 국정을 마비시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 국회 기자회견에서
▶홍준표, 나경원
“진영논리에 의거한 재판이 될 줄 알았는데, 판결문을 읽어보니 헌법 논리에 충실한 재판이어서 안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도 조속히 기각해, 국정 정상화를 할 수 있도록 헌재에 강력히 요청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헌법재판소는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만시지탄. 늦어도 너무 늦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복귀다. 하루라도 빨리 선고일을 지정하고, 헌법과 법률과 법률가적 양심에 따라 각하,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오늘 헌재 결정을 보면서 조심스레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예측해 본다.” ” –나경원 국힘 의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고의로 헌법 기관 구성이라는 헌법상의 의무를 어긴 이 행위에 대해 탄핵할 정도엔 이르지 않았다는 판결을 국민이 과연 납득할지 모르겠다. 국민은 형법이든 식품위생법이든 조항을 어기면 다 처벌받고 제재받는다.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명확하게 정한 헌법 기관 구성 의무라는 헌법상 의무를 명시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의를 갖고 어겨도 용서가 되는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광화문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원식
“국무총리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를 선출한 지 석 달이다. 정부가 헌재의 헌법적 판단을 거부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온당하지 않은 일이다. 한 총리는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길 바란다.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국무총리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을 언급하며) 오늘 헌재 결정으로 국회 의결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헌법 해석의 공백이 해소됐다.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 –우원식 국회의장, 입장문을 내어
▶박찬대
“(오는 27일 최상목 대행에 대한 탄핵처리 방침을 밝히며) 어려운 시기에 경제 공동체를 위해 씨감자를 남겨놨는데 살펴 보니 썩어 있었던 것이다. 감자 가마니에서 썩은 감자를 꺼내야 하지 않겠냐. 한 총리 탄핵심판과 최 대행 탄핵 추진은 별개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위배라고 했음에도 거부했기 때문에 한 총리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더 큰 위헌 사항들이 누적돼 있다. 탄핵안은 (국회법상) 발의 후 첫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의결해야 하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탄핵안이) 가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앞서 살펴보았듯, 한덕수 결정문은 여야 모두 충분히 수긍할 만하고, 튀는 논리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난한 수준. 하지만 여야의 반응은 이런 무난한 결정문에 비해 지나치게 양극단으로 갈리는 분위기. 여당이 한덕수의 기각을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반응은 근거 없는 낙관을 너머 헛물을 켜는 수준. 반면 야당은 승복하는 듯하면서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과 오버 액션으로 지지층의 불안을 수습하려는 모습.
② 국민의힘 반응 중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는 대목은 권영세의 발언. “대통령 탄핵 결과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도 아닌, 법률가 출신의 국민의힘 대표자가 아직까지도 보수 지지층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면 어쩌자는 것인지. 총리 복귀를 환영하고, 대통령 선고 결과도 차분히 지켜보자고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취했어야. 지지층과 아스팔트를 향해 희망고문을 하면 할수록, 추후 결과에 대한 반발과 불복의 정도가 심해질 게 분명한 상황. 홍준표나 나경원처럼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동이나 블러핑을 일삼는 이들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집권여당의 대표자라면 이제 윤석열 파면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더 안타까움.
③ “헌재의 결정에 승복은 하지만 국민들이 납득할지 모르겠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용인되는 수위의 반응. 문제는 이재명이 배후 조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박찬대 원내대표의 행보. 박찬대는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27일에 최상목 탄핵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고 강경 일변도의 태도를 유지. 대체 전략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이런 국면과 경제 상황에서 권한대행도 아닌 경제부총리를 탄핵하면 국민들에게 박수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의아. ‘사적 복수’를 목표로 하는 ‘비밀결사’도 아니고, 의회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최후까지 처단’을 외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상목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주지 않을 게 분명. 야당의 매파들은 자신들의 연이은 초강수가 탄핵심판이 늦어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 수권정당의 안정감은커녕, 숙고하지 않고 노련미라고는 1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돌격대의 모습은 이제 그만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