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그 이후’를 보는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국민 속은 타들어 가는데, 혼란만 키우는 헌재
● 헌재의 책임 방기에…들뜨는 여당, 초조한 야당
● 국민 속은 타들어 가는데, 혼란만 키우는 헌재
▶문학계 인사 414명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탄핵 소추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 파면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극우 세력이 발하고 혐오와 폭력이 횡행하는 등 사회 혼란은 극심해지는 등 민주주의는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414명의 문학계 종사자가 낸 ‘피소추인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작가 한 줄 성명’ 중에서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 –작가 한강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 –작가 은희경
“늦어도 다음 주 이맘 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 –작가 김연수
“우리가 전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 –시인 김혜순
“정의보다 가치 있는 침묵은 없다” –시인 안웅선
“모든 꽃은 제때 만개해야 세상의 환영을 받지요. 정독도서관의 앞뜰은 벚꽃이 참 예쁩니다. 부디 사람들이 봄의 북촌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이 사태를 매듭지어 주십시오.” –작가 김멜라
▶민주당 선고 촉구
“공수처 조사에서 윤석열이 국회 의결 이후 '2차 계엄'을 언급했다는 명백한 진술이 확보됐다. 일선 부대들도 철수가 아닌 2차 계엄 동원을 준비하며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2차 계엄을 도모하려던 괴물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모의하고 있을지는 뻔하다. 법원과 검찰의 도움으로 잠시 탈옥했지만 윤석열의 머릿 속은 헌정을 유린하고 살아남을 궁리뿐일 것. 탈옥한 내란 수괴와, 이미 이긴 듯 환하게 웃는 윤석열 변호인단을 보는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헌재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을 인용해 또 다른 내란의 싹을 잘라버리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요청한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총리 선고도 끝난 만큼, 헌재가 내란 수괴 윤석열 선고를 미룰 이유가 사라졌다. 대한민국 노동자, 농어민, 학생, 시민사회가 모두 한 몸이 되어,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오늘로써 12.3 내란 사태 발발 113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2일째, 탄핵심판 변론 종결 29일째다. 당장 내일이라도 선고해서 헌법 수호자로서 헌법 파괴자 윤석열 파면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다하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어제도 아무런 일정 공지가 없는 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지 오늘로 한 달째. 헌재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론할 시간이 필요했더라고 하더라도, 한 달이면 숙의 기간은 충분히 가진 것으로 봐야. 또한 헌재 선고 이후 일어날 혼란과 분열을 우려한 정무적 고려 등으로 선고 시기를 조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결론을 내줘야 하는 시점. 이제 국민들의 인내심도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② 헌재 결정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늦어지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의 정도가 상당하고, 그로 인해 아직도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형국. 선고를 빨리 해달라는 국민적 압력이 상당하고, 헌재 스스로도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재판관들 사이에 확실하게 입장정리가 됐으면 이미 선고를 했을 거라는 게 이 같은 분석의 근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사실 관계에 대한 증거 인정의 문제나 절차의 문제, 즉 검찰의 신문조서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등으로 내부 갈등이 커서 각 재판관들이 탄핵 인용이냐 각하냐, 기각이냐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꺼내 보지도 못했을 거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등장.
③ 일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겼고, 이견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재판관들이 한 달이라는 기간, 그것도 나라가 백척간두 위기에 몰린 시기에 아직도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책임 회피. 헌재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매우 중대한 업무 해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움.
④ 민주화 이후,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문인들이 좀처럼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이 없음. 헌재는 문인들을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커지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를 새겨 들어야. 헌재가 미룬 하루의 시간은 재판관 각자의 하루가 아닌, 5천만 국민 각자의 5천만일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시간. 현재의 불확실한 정국 상황을 이유로 사회 각 분야에서는 중요한 결정이나 집행 등을 대통령 탄핵선고 이후로 미루고 있는 곳도 셀 수 없이 많을 것.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과 혼란, 또는 시기를 놓쳐 영영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그 수많은 기회비용들을 헌재는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이제는 정말 빠르고 정의로운 결정을 내려줘야 할 때. 훗날, 헌재 안에서 과연 누가 이 사안을 붙들고 지연시키는 ‘역사의 죄인’ 역할을 했는지도 분명히 밝혀져야.
● 헌재의 책임 방기에…들뜨는 여당, 초조한 야당
▶권성동
“이재명 민주당 세력은 (한덕수 탄핵 기각에 대해)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복귀하자마자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재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권한대행을 탄핵하고, 다시 재탄핵한다는 것은 집단광기가 극단으로 치달은 것이다. 또한 최상목 부총리 탄핵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려선 안 된다. 정쟁용 탄핵 폭거를 저지할 책무가 국회의장에게 있다.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려선 안 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확률이 높다. 과거 소추 의원으로서의 경험, 현재 여론 그리고 헌법재판소 구조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때와 다른 점, 사안 자체도 다른 점 등을 종합해 고려해볼 때 개인적 판단으로는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진우
“어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심판) 의견이 여러 가지로 갈림으로써 (대통령 탄핵 선고에서) 만장일치의 가능성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각하 의견 2명에다 김복형 재판관 같은 경우는 기각 의견을 내면서도 마은혁이 들어오는 것은 반칙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적어도 3명의 재판관이 강력한 소수 목소리를 내게 됐다. (한덕수 탄핵심판은) 현재 5 대 3 구도를 어느 정도는 정확히 보여줬다. 이번처럼 각하나 기각이 엇갈리면서 주문은 기각이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평의가 끝나고 (인용 의견) 6표가 다 모여 있는 상태라고 하면 선고기일을 진작에 잡았을 것 같다. (선고가 뒤로) 계속 넘어간다면 이것은 6표를 계속 모으지 못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박찬대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대로 오늘 당장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 한 대행이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 (헌재는)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세 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헌재가 최상목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26일째다. 파면되지 않았다고 위법 사유가 사라진 건 아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과 별개로, 여전히 윤석열 파면에 대한 확고한 이유와 증거는 차고 넘침. 헌재의 결론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함. 한덕수 기각 결정문에서 드러난 재판관들 사이의 이견이나 논리는 윤석열 탄핵심판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별도의 문제이거나 부수적인 쟁점이었기 때문.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지도부까지 가세해 극우보수와 아스팔트 지지층에게 근거 없는 낙관을 앞장서 유포하고 있음. 윤상현, 나경원 등 이미 아스팔트 위를 벗어날 생각이 없는 ‘나쁜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 지도부가 여기에 가세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
② 권성동을 포함해 당 법률자문위원장이라는 주진우 등이 “탄핵 기각 확률이 높다”는 선동을 하고 나섰는데, ‘확률이 높다’는 점을 이야기하려면 근거를 들어야 하는데, 제시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음. 한덕수 때 소수의견 또는 별도 의견을 낸 3명을 근거처럼 사용하지만, 이들이 소수의견이나 별도 의견을 낸 쟁점은 윤석열 탄핵심판의 쟁점에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내용. 근거도 없이 “그럴 것 같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인데, 심지어 권성동은 “과거 (자신의) 경험”, “현재의 여론”, “박근혜 때와는 달라진 재판부 구성”을 낙관의 이유로 삼고 있음. 자신의 경험은 ‘관심법’의 영역이고, 여론은 탄핵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고, ‘재판부 구성’은 박근혜 때가 더 보수적이었다는 사실은 아예 무시하고 있음. 선동을 하려면 최소한의 논리나 이유라도 설정해 놓고 하라는 뜻.
③ 민주당의 장외 투쟁은 충분히 가능한 전술임. 하지만 이 와중에 갓 업무에 복귀한 한덕수와 다시 부총리로 돌아간 최상목을 겨냥해 거듭된 ‘탄핵 압박’을 하는 것은 매우 무리해 보이고 전혀 효과적이지도 않음. 오늘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선고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 및 시선 전환용 꼼수가 아닐까 싶은 의심마저 들 정도로 무모해 보임. 지금 민주당이 꺼내들 카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뜻.
④ 윤석열에 대해 당장 선고를 하라고 촉구하면서 또 한편으로 ‘한덕수 재탄핵’까지 거론하며 마은혁 후보자 임명에 올인하는 듯한 민주당의 모습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불안감을 주고 있음. “헌재 내부적으로 탄핵찬성과 반대가 5대 3으로 갈려 기각될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초조해진 민주당이 뒤늦게 마은혁 임명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재판관 구성을 6대 3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잘못된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 이제 와서 마은혁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마은혁이 이미 종착역에 와 있는 탄핵심판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마은혁 임명은 당위이지만, 우선 순위 차원에서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것은 윤석열 선고와 그 이후 정국 수습책일 것임.
⑤ 민주당이 마은혁 임명을 주장하며 무리한 탄핵 추진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내심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했으면’ 하는 분위기마저 감지. 한덕수에 대한 탄핵 시도 자체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지만,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최상목에 대한 보복 탄핵, 분풀이 탄핵을 시도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임. 언론에는 다음과 같은 여당 중진 의원의 멘트도 등장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권한대행 탄핵 기준이 151석으로 굳어진 건 외려 민주당의 줄탄핵 헛발질을 유도하고 갈팡질팡하게 만들 수 있는 함정카드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설마 이런 바보 같은 함정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리고 합리적인 우원식 의장이 탄핵안을 상정해주지도 않을 테지만, 이재명 2심 선고 이후 강경파들이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는 않은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