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 코리아’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슈가 ‘핵관’(핵심관계자)의 입에서 말을 통해 명멸합니다. 쏟아지는 말들 중 옥석을 가리고, 말 뒤에 숨은 속내를 간파해 전해드립니다.
● 예상 깬 이재명 2심 무죄…희비 엇갈린 여야
▶이재명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관심 갖고 이렇게 모여 있는데 사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이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낭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필귀정 아니겠느냐.” –이재명 민주당 대표, 2심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며
▶권영세, 권성동
“오늘 재판결과는 당으로선 대단히 유감스럽다.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뉴스를 통해 접한 바에 의하면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에서 바로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바로 잡혀야 된다고 생각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1심에서 유죄를 받았는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들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 대표는 같은 사안임에도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인 제 입장에서 봐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백현동 아파트 부지와 관련해서는 ‘국토부로부터 백현동 용지 변경을 협박당했다’고 발언했는데 이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법관이라면 (무죄라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전에서 열린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홍준표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대통령) 후보 자격 박탈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을 것. 지난번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대법원에서 이상한 대법관이 소극적인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기상천외한 이유로 파기 환송을 받은 일도 있었지만 이현령 비현령이다. 정치인의 진퇴는 판사가 아닌 국민이 선거로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하는 판결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고,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다.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되어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 이 판결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다.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 2심 재판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 받음. (*이대로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은 자칫 토해내야 할지도 몰랐던 선거비용 보전금 434억원을 반환하지 않아도 됨. 액수로 쳐도 엄청난 판결) 이쯤 되면 세간의 사람들은 이재명에 대해 ‘사법 불사조’로 평가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 선거법 관련 대법원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적도 있고, 영장심사까지 가서 기사회생을 하는 등 서초동에서 이만큼 롤러코스터를 타며 생존한 정치인은 지금껏 없었을 것
② 다만 이재명이 극단적 사법리스크를 짊어지고서도 정치적 생존을 이어나가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좀 다른 각도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 이재명을 향했던 그 많은 수사와 혐의, 그리고 기소와 재판이 정말 이재명 개인의 범죄와 비리 등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은 결코 아님. 성남시장 시절 경기지사에 도전할 때부터 당내 경쟁자들의 혹독한 검증과 검찰 플레이가 있었고, 지난 대선 이후엔 ‘윤석열 검찰’로부터 먼지 한 올까지 다 털린 결과라고 해야 할 것. 이런 점들이 인정받았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지지층의 강고한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음. 다만, 그 많은 수사와 ‘작업’,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이미 이재명의 비호감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 법원의 판결과 상관 없이 이 비호감도를 끌어내리는 것은 정치적 영역에서 이재명 앞에 놓은 별도의 과제
③ 이번 판결로 이재명은 그야말로 ‘날개’를 단 형국. 당장 눈앞의 어마어마한 거림돌이 사라지면서, 조기 대선이 벌어지면, 마땅한 적수도, 이재명을 괴롭힐 만한 현안도 없어 보임. 이번 판결에서 유죄가 나왔어도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뤄지기 어려웠고, 때문에 여전히 이재명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상황. 유죄 판결이 나왔을 경우 벌어지게 될 당 안팎의 그 수많은 ‘자격 논란’과 향후 대법원 판결 및 ‘당선 뒤 재판 가능 여부’를 두고 이뤄질 충돌과 공방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했을 것임. 그 과정에서 이재명에게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 모든 게 이번 판결로 정리되는 분위기. 민주당 내부 경쟁자들도 이젠 뾰족한 수가 없게 됐고, 오히려 당이 단합의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음.
④ 유승민이 “이렇게 단순한 사건을 두고 1심과 2심 판결이 양극단으로 나온 것을 어느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겠냐”고 불만을 터뜨림. 사법부의 판결이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 다만, 우리 헌법이 규정한 3심제의 취지를 이런 식으로 무시해서는 곤란. 지난번 1심 선고 때 예상보다 너무 센 형량이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2심 판결이 1심의 오류를 걸러냈다고 해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
⑤ 또다른 여권 잠룡은 한동훈은 이번 판결을 두고 “거짓말 면허증”이라고 했는데, 한동훈은 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이재명을 공격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지난 대선 뒤 이재명의 먼지 한 올을 찾아 이 잡듯이 수백번을 압수수색했던 ‘윤석열 검찰’의 황태자이자 그 검찰을 지휘했던 법무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음. 거짓말 면허증이라고 했는데, 대선 후보가 여기저기에서, 또한 방송에서, 기자들을 만나, 수없이 쏟아내는 말들을 한문장 한문장 돋보기를 들이대 검증하고 뒤져서 거짓말이라고 기소를 한다고 치면, 윤석열은 이재명보다 10배쯤 더 많이 기소당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 대선 때 그 윤석열의 호위무사였던 한동훈이 지금 처지가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오류가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님.
● 헌재의 알 수 없는 침묵, 4월로 넘어가는 선고
▶민주당 반발
“나라가 혼돈 그 자체인데 하루라도 빨리 혼란을 종식해야 할 헌재가 결정을 미룬다는 것 자체가 헌정질서에 대한 위협이다. (헌재가) 비상계엄의 면허증을 주는 것 아니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광화문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까지 헌재가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을 시 비상행동 수위를 격상할 예정이다. 천막당사를 24시간 체제로 전환해 국회의원 전원이 철야 농성에 돌입하고, 헌재 앞 기자회견에 단체장·지방의원까지 포함하는 방향도 고려한다.” –황정아 민주당 원내대변인,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만약 이번 주에도 선고가 안 되고 선고기일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간의 의혹대로 (윤 대통령을) 복위시키자고 주장하는 헌법재판관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의심이 현실화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결딴내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재판관의 판단은 없길 바란다.” –박균택 민주당 공동법률위원장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재인
“지금 사회의 혼란과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국민 분노가 임계점에 이르렀다. 헌재가 밤을 새워서라도 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서두르고, 탄핵의 선고가 이번 주를 넘기지 않도록 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헌재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고 믿지만, 국민들로서는 탄핵 결정이 이토록 늦어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조속한 탄핵 결정만이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 길이자, 헌재의 존재가치를 수호하는 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신의 페이스북에
▶곽규택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임기 동안 결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냥 놓고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진행자 질문에)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저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만약에 그렇게까지 한다면 정말 역사에 죄를 짓는 무책임한 분으로 보인다. 지금 그런 말들이 돌고는 있다. 조금 불안감은 드는데, 지금 상황에서 심리가 다 끝난 지 오래됐고 또 국론 분열, 혼란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빨리 선고를 하는 것이 맞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토마토레터의 관전평
① 헌법재판소가 결국은 윤석열 선고를 4월로 넘기는 수순을 밟고 있음. 물론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월요일인 오는 31일 선고할 가능성도 있음. 한덕수도 월요일에 선고한 만큼, 윤석열도 3월의 마지막 날을 택해, 4월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부디 헌재가 31일이라도 선택해 국민들이 ‘잔인한 4월’을 맞게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최근 헌재의 행보를 보면 이제는 믿음감이나 안정감보다는 불안감과 석연찮음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고 있는 것은 사실.
② 민주당이나 시민사회도 점차 헌재를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음. 이재명의 말처럼 “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헌정질서 위협”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헌재는 이제 할 말이 없는 상황.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가세해 헌재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지금껏 헌재에 우호적이었던 모든 이들이 얼마나 불안과 초조에 떨고 있는지 알 수 있음.
③ 여기에 국민의힘과 극우보수 세력들이 헌재를 상대로 한 여론몰이를 노골화하면서 어수선하고 불안한 분위기는 극대화되고 있음. 예를 들어 “문형배 권한대행이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사건을 그냥 둔 채 헌재를 떠날 것”이라는 식의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 문제는 헌재가 결정을 미루면서도 그 어떤 정보도 국민들에게 미리 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런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일반에게 유포되고 있다는 점. 그 책임이 과거엔 유포자들에게 있었지만, 이제는 결정을 미루고 있는 헌재의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음.
④ 일정이 이 정도로 미뤄지면서, 재판관 8명 가운데 고의로 재판 일정을 지연하는 ‘빌런 재판관’이 있는 게 거의 확실해 보임. 향후 결정문이 공개되면 그 빌런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임.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복형 재판관을 거론하지만, 그게 맞는 말인지, 아니면 정형식이나 조한창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음. 하루 빨리 선고일이 정해지고, 결정문이 나와서 그 빌런의 얼굴을 좀 알현했으면 함. 너무나 중요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너무나 심각한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